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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도시의 푸른나무(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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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은 차손님을 받지 않는다. 차를 팔지도 않는다. 룸에서 나온 기요가전화를 건다."여기 황금호텔 지하 단란주점. 해물잡탕, 탕수육, 빼갈 두 병. 잘해쥬슈"기요가 룸으로 걸음을돌린다. 털렸어, 음식 오면 너도 와서 먹어. 기요가말한다. 한참 뒤, 음식이 배달된다. 나는 룸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나는 포커를 할 줄 모른다.

채리누나가 돌아온다. 맘보로 돌아온다. 한참 뒤, 손님 셋이 들어온다. 바깥이 어두워진 모양이다. 일요일은 주방 아줌마들이 출근하지 않는다. 맘보가 술병과 마른안주 접시를 나른다. 한참 시간이 흐른다. 다시 손님 한 패가 들어온다. 그들은 가라오케 노래부터 시작한다.

나는 카운터 앞자리에 앉아 있다. 노래 부르는 손님을 본다. 뚱뚱한 중년치다. 뽕짝 '항구의 이별'을 부른다. 굵은 허리를 흔든다. 친구들이 킬킬거리며웃는다.

출입문이 조금 열린다. 아줌마가 얼굴을 내민다. 나는 놀라서 벌떡 일어선다. 인희엄마다.

"시우있네. 너 보러 왔어"

인희엄마가 방긋 웃는다. 남색 바바리를 입고 있다. 핸드백과 꽃무늬 우산을들었다. 채리누나가 인희엄마를 본다. 나는 웬지 부끄럽다."시우 온주에 있을 때 제가 데리고 있었어요"

인희엄마가 채리누나에게 말한다. 인희엄마는 화장을 곱게 했다."예, 그래요. 마두한테 말 들었어요. 웬 일로?"

"마침 종성에 나올 일이 있어서… 일요일엔 식당문을 닫거든요. 시우가 어찌사나 보고 싶기도 하구…"

인희엄마가 채리누나에게 말한다. 인희엄마가 어디 조용히 얘기할 데가 없냐고 묻는다. 룸이 있는 안쪽을 돌아본다.

"마두야, 일번 룸에 가서 아줌마와 얘기해"

채리누나가 내게 말한다. 인희엄마가 앞서 걷는다. 나는 뒤를 따른다. 일번룸의 문을 연다. 인희엄마와 나는 마주보고 앉는다.

"시우, 오랜만이야"

인희엄마가 말한다. 목소리가 사근사근하다. 흥부식당의 단골손님 대하듯 한다. 나는 머리를 숙인다. 인희 잘 있어요. 하고 묻고 싶다. 입술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여기 있으니 어때? 흥부식당에 있을 적보다 재미있겠구나. 룸 있는 걸 보니아가씨들도 있겠구"

"그저 그래요"

연변댁, 미미가 떠오른다. 연변댁은 있습니다를 있습네다라고 말했다. 미미는 자극이 없다고 자주 툴툴댔다. 그들이 잘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온주에 가고 싶었다. 가서 그들을 만나고 싶었다. 갈 기회가 없었다. 다시는 조직을 벗어나면 안된다고 식구들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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