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재전총무처장관 사퇴는 여권 핵심인사들의 긴밀한 막후조정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고 있다.문민정부 들어 사라진 이른바 관계기관대책회의와 같은 핵심 당정조정회의에서 여권의 컨센서스를모은뒤 김영삼대통령에게 건의했고, 마침내 사표수리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번 여권의 서전장관문제 처리는 앞으로 정부 여당의 정책결정과정과 집행패턴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전직대통령 가·차명 예금계좌 발언파문이 절정에 달했던 3일 밤 여권 핵심인사들이 모처에 모였다.
이자리에는 이홍구국무총리와 민자당 김윤환사무총장 한승수청와대비서실장 이원종청와대정무수석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테면 관계기관대책회의와 같은 성격의 회의가 열린 셈이다.
이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서전장관의 발언이 야기한 사태와 이를 수습하는방책등을 집중 논의한 것은 물론이다.
활발한 의견교환끝에 나온 결과는 "서장관이 발언내용과 진의를 '보다 분명히'해명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분명한 해명은 이날 오전 그가 "시중의 루머를 전한 것 뿐"이라고 해명한것으로는 파문을 진정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고, 책임지는 모습은거취에 대한 액션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 내용을 누가 그에게 전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내각의 책임자인 이총리가맡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한실장은 이날 회의결과를 청남대에서 휴가중인 김영삼대통령에게 보고하기로 결정했다.
이에따라 이총리는 서장관을 불러 해명할 것과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서장관은 이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며 이런뜻은 당연히 김대통령에게 보고되는 수순을 밟았다.
그런데 이런 과정의 의사결정은 현정부에서 거의 유례를 찾을수 없다는데의미가 있다.
지금까지는 주요정책과 인사가청와대 주도에 의해 이루어졌고 내각과 당은 이를 집행만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고위대책회의는 이런 패턴의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보는 시각이 많다.
대통령이 휴가중이긴 하지만 여권 핵심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정국현안을논의하고 대통령 고위권한인 인사문제까지 터치할수 있었다는 것은 많은 함축을 갖는다는 것이다.
의미를 부여하자면 과거의 수직적 정책결정기능이 이번 회의를 계기로 수평에 가깝게 자리매김을 하는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는 것이다.특히 이날 대책회의가 오래전부터 선의의 관계기관대책회의 부활을 강조해온 김윤환사무총장의 취임후 이루어졌다는데 주목하는 시각이 있다.김총장은 평소 "금융실명제가 국무총리에게 발표 30분전에 통보되는 것 같은 일은 없어야 한다"며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과 관계기관대책회의를 주장해왔다.
따라서 이날 회의도 그의 이니셔티브에 의해 이루어졌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
아무튼 이날 당정대책회의는 모양 뿐만 아니라 거기서 논의되고 집약된 내용이 정치권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단독] 국민의힘, '보수의 심장' 대구서 장외투쟁 첫 시작하나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정동영 "'탈북민' 명칭변경 검토…어감 나빠 탈북민들도 싫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