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 정주영씨 독대 의미

김영삼대통령과 정주영현대그룹명예회장의 청와대회동은 지난 93년 대선이후 첫 공식회동으로 8·15 광복절 특사때 김대통령이 밝힌 '국민 대화합조치'의 일환으로 풀이되고 있으며,김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스타일을 단결과통합을 강조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으로 평가되고 있다.형식적으로 이번 회동은 김대통령이 8·15 특별사면과 복권을 통해 현대중공업 비자금사건으로 기소된 정회장과 초원복집 사건에 연루된 정몽준의원부자를 사면-복권시켜 준 데 대해 정회장측이 먼저 "감사의 말이라도 전하겠다"는 뜻을 전해 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청와대 주변에서는 "김대통령이 정회장측의 이같은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것은 광복 50주년이라는 역사적 전환점과 사상최대 규모로 단행된이번 사면-복권을 계기로 사회적 통합과 계층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새로운통치 스타일을 선보이겠다는 결의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라는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김대통령에게는 정회장이 14대 대선당시에 재벌그룹의 금력과인력으로 정권장악을 시도한 정경유착의 상징이었으며 "돈으로 권력을 사겠다는 버르장머리를 반드시 고쳐놓겠다"는 공언을 할만큼 갈등의 골이 깊었기때문이다.

그러나,김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파당이 아니라 국민전체를 대변하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정착되어야 한다"며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하나로 통합하는 정치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사정은 달라졌고두사람 사이에도 이미 변화가 예고됐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자신이광복절을 기해 사면-복권을 단행한 것은 "뜻깊은 광복 50주년을 맞아 우리 국민 모두가 대화합을 이루어 새출발하는역사적 계기를 만들겠다는 충정에서 내린 결단"이라고 밝히고 "우리에게는더이상 미움과 분열과 갈등으로 소모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미움을 사랑으로,분열을 통합으로,갈등을 조화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역설하는 등 통합과 조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회장이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재벌 그룹이라는 점과 특히 정회장이 지난 88년 재계 총수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북한 지도층과 만나 거액의 대북투자를 약속하는 등 재계의 북한통이라는점등을감안,쌀 수송선 억류사건 등으로 벽에 부딪친 대북관계의 돌파구 마련등에 협조를 얻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시 정회장이 제시했던 대북투자계획에는 금강산 관광특구개발과 원산만에 대형 수리조선소 건설계획,북한을 통과하는 사할린 천연가스관 수송계획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광복절 특사에 정회장을 비롯, 문민정부 출범 과정에서 현정부와 갈등을 빚고 등을 돌린 인사들을 대거 포함시켜 과거청산의 의지를 분명히 한 것도 사실이며 적절한 시기에 현정부 출범 이후 변화와 개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구여권을 포함한 정-재계의 일부 기득권 계층과의 갈등관계도 봉합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이와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들도 "지금까지 8·15 사면-복권의 대상이된 인사가운데 정회장외에 청와대로 감사전화를 걸어 오거나 청와대 방문의뜻을 전해 온 인사는 없다"고 밝히면서도 정회장의 청와대 방문을 계기로 김대통령이 박철언,박태준씨등 개혁사정의 대상으로 정계를 떠난 구여권 인사들과도 잇단 회동을 갖게 될 가능성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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