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낡은 연주복

연주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연주복의 선택이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독주회인가, 협연인가, 실내악인가, 반주인가에 따라서 의상이 다를 수 있고, 연주할 곡의 음악적인 분위기와 연주회장의 규모에 따라 어울리는 연주복을 선택하는 것은 연주가의 또 하나의 고민스러운 과제가 되기도 한다.나에게는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애착이 가는 연주복이 하나 있다. 20년전대학시절, 첫 독주회때 입었던 검정색 벨벳 연주복이 그것이다. 이 연주복을유학 중 오케스트라와 협연할때 입었는데, 그곳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에도 잘어울렸다.

귀국 독주회에서 또 입으려고 꺼내보니 그때는 좀 낡아보였다. 그래서 새로 하나 장만해보려고 어떤 디자이너에게 갔다. 그의 말인즉, 요사이는 맞춤복은 거의 선호하지 않으며, 또 금방 귀국한 나에게는 경제적인 부담이 될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낡은 연주복을 보더니 아직 쓸만하니 조금 고쳐 주겠다며 두고 가라고 했다.

며칠후, 그 디자이너의 솜씨로 어깨부분을 풍성하게 새롭게 달고, 멋있는금박벨트를 덧붙여서 놀랍게도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연주복이 되었다. 어떤친구는 이 연주복에 '챔피언 벨트'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20년이나 되어 비록 벨벳이 낡아 반질반질해져있지만, 나의 음악생활과함께해온 이 연주복은 나를 참 편안하게 해준다.

이 연주복이 나에게 소중하듯,음악을 사랑하며 소중한 것을 아끼며 살고싶다. 〈피아니스트·대구신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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