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동해안에 검붉은맹독성 적조가 몰려들면서 어민들의 얼굴빛도 흑빛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21일 경주와 포항해안에 출몰한 이 적조는 벌써 여드렛째를 넘어서고 있으나 숙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있다. 오히려 영덕을 거쳐울진으로까지 확산되고있다. 강원도 해안에도 적조 주의보가 떨어졌다.26일오후 영덕군의 강구~축산간 해안도로변의 바다는 쇠녹물 빛이었다. 오전보다 오후로 갈수록 심했다. 이 바다는 경북동해안에서도 비교적 맑은 청정해역이었다. 1~2m아래 바다밑의 암초까지 훤히 드러다보이는 쪽빛 바다였다.영덕읍 대부리에 있는 창포수산(대표 권오봉·58) 양어장의 물도 검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검붉은 물빛아래 넙치들은 죽은 듯 엎드려있고 대표 권씨의 얼굴은 수심으로 가득찼다. 권씨의 양어장에는 26일 하루에만 1천마리가 넘는 넙치가 죽어나갔다. 권씨는 액화산소가스를 주입하고 여과기로바닷물을 걸러 양어장에 공급하는 한편 사료공급도 중단했다. 한 마리라도더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것이다.
권씨는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회먹는 철이 다가와 2년여동안 키운 넙치들을 출하하려는 터에 적조가 나타났다"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권씨의 걱정은지금까지 입은 피해보다앞으로 얼마나 적조현상이 더 지속되느냐는 것이었다. 바닷물 온도가 여전히 여름철에 가까운 섭씨 20도를 넘고있어 응급조치로도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다.
27일 울진군지역에서 처음으로 적조피해를 입은 구성면 구산리의 정우수산대표 김장수씨(42)는 "적조가 울진에까지 올라올 줄 몰랐다"면서 "청정해역인 동해를 지키는 환경오염 근절대책을 하루빨리 세워달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적조는 축양장의 양식 물고기를 집단 폐사시킨데 이어 자연산 어패류도 요절을 내고있다. 27일오전 영덕군 남정면 구계·장사리와 병곡면 등 영덕군내거의 모든 해안에서 황어·돔·가자미 등 자연산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뒤 연안으로 밀려나오고 있다. 또 자연산 회유 어종이 연근해안을 떠나 어장환경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양식어업 뿐 아니라 연근해 어업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맹독성 적조는 양식어업자들에게만 피해를 준 게 아니다. 해안가의 횟집도적조로 인해 파리를 날리고 있다. 영덕군 강구면 하저리에서 횟집을 하는 김선치씨(56)는 "바다는 끝장났다"며 한숨 지었다. 올해는 통합선거법 시행으로 선거철에도 재미를 못본데다 콜레라 파동에 이어 적조까지 겹쳐 횟집을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단다.김씨의 말대로 하저리 일대 횟집의 수족관은 텅텅 비어있었다. 장사가 안되는데다 고기를 구할 재주도 없기 때문이다.쪽빛 바다 동해가 적조로 검붉게 물들어 갈수록 어민들의 가슴도 점점 타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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