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고속철'을 진단한다(6)-대안 모색

'경부고속철도 경주 통과'와 '신라 천년의 문화유적 보호'. 이 두가지 목적을 모두 만족시키는 수단은 없는가.문화유적을 털끝만치도 손대지않고 고속철도가 경주를 지나게 하는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경주시 전역에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십년간 문화유적 보호라는 미명아래 방치돼온 경주를 또다시 개발의 사각지대로 남겨둘 수도 없다.

대안은 없는가. 최선이 아니면 차선책이라도 택하는 수밖에 없다. 문화유적의 피해를 최소로 줄이는 노선을 찾는 것이다.

경주시민들은 확정노선이든 우회노선이든 고속철도가 경주를 통과하고 역사만 세워지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경주시민들이 건교부의 확정노선을 고집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대구~부산간 이 직선화로 변경돼 경주통과가 백지화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울산·밀양 등지에서 역사유치를 주장하는 것도 경주시민들의 의구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울산은 부산과 너무 가까워 역사를 세우기에 부적당하고 밀양은 고속철도공단이 적자노선으로 판정한곳이 아닌가.

최근 서울에서 불교계 인사들이 경주통과 백지화를 요구하며 서명운동을전개하는 것도 경주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있다. 이 또한 경주 실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전개하는 논리다. 경주지역의 불교계와 문화계 인사들은 고속철도의 경주통과는 수용하고있다. 건교부의 확정노선 재고를 요구하는 것이지경주통과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경주시민들이 문화재 보호를 위해 겪고있는 피해 실상을 너무나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

민선시대에 들어선 뒤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지역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때에 경주만 경쟁에서 제외해야한다는 논리로는 경주시민을 설득할 수 없다. 그러므로 경주시민의 정당한 개발요구를 편협한 지역이기주의차원으로 몰아서는 안된다.

경주통과노선 만큼이나 경주역사 위치문제도 논란거리다. 건교부 확정노선에 따른 경주역사 예정지는 경주시 탑정동 북녘들 일대. 그런데 이 북녘들은건교부 노선을 지지하는사람도 역사위치로 부적합하다고 주장한다. 경주시의회 박재우의장은 "북녘들은 고도제한 등 행위제한 지역이어서 역사 자리로적당치 않다"고 강조한다. 역세권 개발에 제한이 많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건교부는 역사를 내남면 이조리에 건설하는 방안을 내놓았다.그러나 문체부는 건교부의 수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이조리 일대가 북녘들보다는 남산에서 떨어졌으나 여전히 남산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거슬린다는 것이다. 경주박물관 지건길관장은 "문화유적보호도 중요하지만 문화재와 주위 경관과의 조화가 더욱 중요하다"며 반대견해를 밝혔다.

지상역사 건설에 대해서도 학계 일부에선 지하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역세권이 개발되면 소음 등 환경피해가 예상되는데다 토지이용이 제한되기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고속철도 건설공단측은 소음과 공기오염이 우려돼 유지관리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또 교통연계 등 관련 시설배치도쉽지않다는 것이다.

건설교통부와 문체부는 올 12월까지 경주통과노선 결정을 매듭짓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경주시민들은 믿지 않는 것같다. 경주이외의 지역에서 워낙흔들어대고 있는 탓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경주시민들이 믿을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건교부와 문체부가 제시한 12월은 너무 늦다. 일부 경주시민들은 지금 당장 대통령이 경주통과를 확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구태여 대통령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

경주시민들이 정부를 믿게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건교부와 문체부 장관이 합동회견을 갖고 경주통과만 천명해도 된다. 그리고 나서 두 부처가 함께 문화재 피해를 최소화하는 최적 노선을 찾아도 되지않는가. 더이상 고속철도 경주통과노선을 둘러싼 지역간 분열과 국론분열을 방치해선 안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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