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무장간첩이 주는 교훈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 파문으로 온나라가 어수선한 가운데 어제 충남부여에서 무장간첩이 나타나 검거에 나선 경찰관에게 총격을 가해 1명이 순직하고 2명이 다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동안 거의 출몰하지않았던 무장간첩이 국내의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후방 깊숙한곳에 나타난데 대해 놀라움을 감출수 없는 심정이며 우리의 치안상태가 너무 허술한 것이 아닌가하는의심도 든다.북한이 강경한 대남정책을 쓰던 70년대 무장간첩의 남파는 절정을 이루었으나 80년대중반 이후엔 무장간첩의 출몰이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지난 93년 5월 중부전선을 넘어 침투하려던 무장간첩 3명이 사살된 사건이 있긴했지만 그동안 우리국민들에게서 무장간첩은 잊혀지고 있었던 실정이다. 특히 동서냉전이 사라진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우리에게도 밀려오면서 무장간첩은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젖어들었다.

정부도 그동안 간첩침투를 막기위해 설치해 놓았던 해안선방책을 상당부분철거하고 안보를 이유로 통제했던 많은 해안지역을 개방하는등 대간첩경계태세를 크게 푸는 정책을 펴왔다. 더욱이 올해는 북한이 수해로 심각한 식량난을 겪자 우리정부는 15만t의 쌀까지 북한에 보냈다. 이같은 분위기속에서 북한이 무장간첩을 남파하리라고 생각한 우리국민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은 당연하다.

부여의 무장간첩사건은 이같이 해이해진 우리의 대북경계태세를 다시 가다듬게하는 계기가 돼야하겠지만 이에앞서 당국의 치안체계를 재정비하는 문제도 깊이 생각해야할 것같다. 이번 출몰간첩은 지난 8월에 남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니까 그동안 2개월여를 국내서 활보하고 다녔다는 얘기다.이날 충남지역 고정간첩과 접선하는 현장을 덮치려다가 허술한 작전으로 간첩으로부터 선제공격을 받은 것같다.

2명의 간첩중 1명은 검거했으나 1명은 무기를 휴대한채 달아나 부여일대에통행금지조치가 내려지는가하면 많은 군·경병력을 동원했다. 간첩은 국도변까지 내려와 지나가는 차량까지 탈취하려했다고 한다. 간첩과 총격전을 벌이던중 아군끼리 오발해 국군1명이 총상을입기까지 했다한다. 간첩발견에서이들을 체포하기까지 작전의 허술함을 도처에서 노출해 국민들에게 불안감을안겨주었다.

이번 무장간첩사건은 우리에게몇가지 사실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는데 우선 잘알고있는 사실이지만 북한의 대남전략은 아직도 우리가 마음놓고 있기엔 이르다는 것이다. 잘 알면서도 잘 기억하지않고 있는 이 대목때문에 이번무장간첩사건이 우리에게 준 교훈은 크다고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도북한을 상대하는 방법을 다시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우리가 북한에 배푼 대가치고는 너무 기막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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