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254)-강은 산을 껴안고(47)

나는 다리가 떨린다. 가슴이 뛴다. 지난 겨울, 나는 종성시 경찰서로 끌려갔다. 그 이후 경찰서는처음이다. 순경이 여럿이다. 윤이장이 땅땅이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를 본다."마군은 거기 앉고, 장씨랬나, 여기 앉아요. 주민등록증 꺼내구"땅땅이가 타자기에 종이를 끼운다. 짱구가 맞은편 의자에 앉는다. 나는 벽쪽 대기용 긴 의자에 앉는다. 지난 겨울, 경찰서에서는 내가 조사를 받았다.이런 의자에 기요와 짱구가 앉아 있었다. 안경쟁이는 전화를 걸고 있다."…사망 시간 금일 새벽으로 추정. 성명 김순옥. 주민등록번호 칠육일일공삼에 이공칠이육사삼. 수첩을 찾았으니 연락이 되겠죠. 네, 부검 의뢰했습니다"

땅땅이는 자판기를 두드린다. 짱구에게 이것 저것 묻는다.

"미성년잔데, 언제부터 호스테스로 일했소?"

"일년은 넘은 것 같은데, 업소가 달라 예리 신상은 자세히 몰라요. 시우가조금 모자라는 데가 있어 그 애가 시우를 무척 동정했죠"

이장이 내쪽으로 온다. 내 옆에 앉는다.

"차 타고 오며, 자넨 말이 어둔하다 했지. 물어볼 게 있으면 장씨가 똑똑하니 그쪽을 상대하라구"

나는 땅땅이에게 그 말을 하고 싶다. 클럽에서 춤을 출때, 순옥이가 말했다. 에이즈에 걸린것 같다고. 에이즈는 죽는 병이라고 했다. 짱구는 한창 떠벌리고 있다.

"…글쎄말입니다. 저는 벌초를 하고 있었죠. 시우 쟤가 할머니 업고 내려갈 때 사라졌나 봐요. 그게 아침 열시경이니, 그로부터 밤 열 시쯤까지 행불이었다니깐요. 모두를 걱정을 했죠. 밤이 깊었어요. 방에서 동네 청년들과얘기를 하고 있을 때서야 나타났어요. 술에 취해서. 자살을 하려다 못했다며횡설수설하데요. 아랫도리는 물에 쫄딱 젖어서. 내가 충고를 주자, 비닐봉지에서 소주병을 꺼내더니 그걸 박살내 날 죽인다고. 동네 청년들이 말려 겨우재웠죠. 저기 이장님도 잘 아실 겁니다. 걔가 발광을 떨 때, 동네 사람들이죄 모였으니깐요"

"그렇담, 장씨는 김양 자살 원인을 뭐라고 판단하오?"

"예리가 병이 있다고 말했어요. 나이트클럽 호스테스니 외박 나갈 날이 많잖아요. 성병이겠죠 뭐"

"성병 정도로 목숨을 끊어요?"

"그걸 내한테 왜 물어요?"

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선다.

"성병? 예리가 에, 에이즈 걸렸다 했어요. 주, 죽는 병이라고"내가 숨차하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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