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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산사의 목탁소리나 풍경소리는 참으로 듣기 좋다. 산사의 생활은새벽 목탁 소리로 하루가 시작된다. 첫 새벽 밝음이 아직 산속에 꺼멓게 묻혀있을 즈음, 그 어둠을깨고 별빛만큼이나 낭랑하게 울리는 목탁소리는 깊은 잠과 게으름에 빠진 무명(무명)을 일깨우는 경각의 소리다. 법당추녀 끝에 달린 풍경소리가 달빛을 타고 대밭을 지나 들려올 때에는 귀에 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전해지는 소리인 것 같다.목탁은 목어라고도 한다. 만들 때는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며 수행자들이의식을 집전할 때나 수행할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 여러 사람이 독경을 할때는 그 소리에 따라 음을 맞추기도 하고 졸음을 쫓기도 한다. 목탁을 물고기처럼 만드는데는 유래가 있다.두 행자가 있었다. 한 행자는 도를 성취하였지만 다른 한 행자는 경을 읽으려하면 게을러서 졸기만 하다가 마침내 도를 얻지 못한채 죽고 말았다. 그는 죽어서 물고기가 되었다. 비늘 속에는 많은 벌레가 몸을 뜯어먹고 등에는 나무가 자라고 있어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도를 성취한 행자가 바다에 나갔다가 큰 고기를 만났는데 자세히 보니게을렀던 그 행자였다. 물고기는애원하기를 자신의 등에 있는 나무를 베어내 고통을 덜어주고,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중생들에게 보여주어 게으름에서깨어나 다시는 자신처럼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깨우쳐주라는 것이었다.물고기는 밤낮으로 눈을 뜨고 있다. 자면서까지 눈을 뜨고 자는 것은 깨어있음의 상징이다.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 그리고 쾌락주의에 도취된 사회를 어서 깨어나게 하는 진정한 목탁소리가 아쉽다.

〈한국화가·보문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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