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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푸른나무(299)-제10장 아우라지의 희망 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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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윗목에 앉아 있다. 몸을 비튼 엉거주춤한 자세다. 윤이장이 할머니의 어깨를 흔든다. 나를 알아보겠느냐고 묻는다. 할머니는 윤이장을 흘겨보고 있다. 화가 난 얼굴이다."시우 할머니, 제가 누군지 모르시죠?"

경주씨가 할머니 앞에 무릎을 꿇는다. 할머니는 경주씨를 알아보지 못한다.

"왜 안돼? 무엇때문에 안된다는 거냐? 이놈아, 내 자식이 살아 있으면 네놈이 그러겠어?"

할머니가 윤이장에게 삿대질을한다. 윤이장이 물러나 앉는다. 상대를 못하겠다며 머리를 젓는다.

"북실댁 말에 내가 난색을 표하자, 갑자기 욕설을 하시더니… 지금 보라구. 내한테 퍼붓지를 않는가"

"시우야, 할머니 모시고 나와. 똥을 쌌으니 씻겨드려야지" 축담에서 나전댁이 말한다.

"제가 할께요"하며 경주씨가 할머니를 부축해서 일으킨다. "할머니, 괜찮아요. 화내시지 마세요. 우선 몸부터 씻어야죠"

경주씨가 버둥대는 할머니를 껴안고 마루로 나선다. 수돗간 쪽으로 간다.도담댁이 쫓아와 경주씨를 거든다. 할머니는 머리를 돌린다. 왜 안되느냐며윤이장이 들으라고 고함을 지른다. 경주씨가 할머니의 치마 안 고쟁이를 벗겨내린다. 도담댁이 할머니를 부축해서 세우고 있다. 경주씨가 할머니 고쟁이를 뭉쳐 할머니 치마 안으로 넣는다. 할머니의 엉덩이를 닦아준다. 달빛아래, 희뿌염한그런 장면을 나는 마루에서 본다. 경주씨가 할머니를 업는다. 할머니가 버둥거린다. 경주씨가 대문을 나선다. 나도 신발을 찾아 신는다.

"내 조금 있다 너 집으로 감세"

윤이장이 마루에서 말한다. 나는 꾸벅 절을 한다. 경주씨를 뒤쫓는다. 나전댁과 도담댁도 따라온다.

"정말 대단한 처녀네. 지난번에 왔던 처녀하곤 생판 달라" "요즘 처녀가아냐. 도회지에서 저런 처녀가 있나"

나전댁과 도담댁이 소곤소곤 한마디씩 한다.

경주씨가 할머니를 안방 아랫목에 눕힌다. 어느 사이 할머니는 기진해져있다. 절인 푸생처럼 늘어졌다. 경주씨가 할머니에게 이불을 덮어준다. 할머니는 아기처럼 혼곤한 잠에 빠진다.

마을 사람들이 집으로들이 닥친다. 윤이장, 한서방, 팔배아저씨가 온다.길례댁, 춘길이 엄마, 창규엄마가 온다. 아녀자들이 먹거리를 방 가운데 내놓는다. 묵 대접, 삶은 밤에, 홍시를 소복이 담은 광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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