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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시-햇빛촌:이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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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들 중 어느 날은 잔인했다여러 번의 시도도 없이 난은

혀를 깨물었고 어머니는 아들을

친구는 친구를 잃어야 했다 아직

상인동 일대의 하늘은 마음을 풀지 않아서

사람들 얼굴엔 곰팡이가 거듭거듭 핀다

날들 중 어느 날은 불에 쓸어넣고 싶었다

잠깐잠깐 다가앉는 햇살에 새댁은

기저귀를 말리고、 가질 수 없는

물건의 집앞에서 아이는

아빠의 장난감 손을 잡아 끌었다

마음이라도 팔 곳을 두리번거렸지만

바람마저 와서 쌓이는 쓰레기산

골목 긴 이슥함을 걸어간 범죄자의

발자국을 따라 꿀꺽、 불을 삼키듯

고양이는 흙발로 담을 넘었다

작전처럼 도시에 끓듯이 찬비 쏟고

무엇도 타서 가벼운 재가 되지 못했다

모르게 어둠은 하수구로 쓸려 나가고

희미한 도시에 점점 불러지는 둥근

배처럼 해가 뜰 채비를 하면

구겨진 옷을 펴듯이 사람들、 또

잠을 털고 시들한 햇살로만 차린

아침상을 비둘기처럼 쫄 동안

남은 시간을 실어내는 청소차는

명랑하게 고음의 출근을 준비한다

젖은 날들을 말리기 위해서

햇빛촌

너덜했던 날들은 활활 탄다

▨약력

△1971년 경북 왜관 출생

△대구효성가톨릭대 인문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길과 글' 동인

△95년 매일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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