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아름다운 사람들

향싼 종이에는 향내나고 생선싼 종이에는 비린내 난다 는 말이 있다. 사람중에도 향기나는 사람이 있고 구린내나는 사람이 있다. 대체로 향내풍기는 아름다운 사람은 가슴이 따뜻한 사람, 진실되게 사는 사람, 남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 사람의 향내는 어떤 방법으로 맡아야 할까. 내 자신이 향내를 풍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쉽지않다.

진실은 거짓말 않는것

체코대통령 바츨라프 하벨(60)은 참으로 향내나는 사람이다. 희곡작가로 출발한그는 공산정권 치하에서 반체제인사로 박해를 받았으나 시민들이 등을 떠미는바람에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그는 작가로서 약간의 편견은 가졌을지 몰라도오만하지 않았다. 매우 서민적이며 담백하다. 청바지를 즐겨 입고 말보로담배를피우며 경호원없이 길을 걷는다. 집무실에서 퇴근하면 단골 술집에 들러 맥주를 마시며 다른 손님들과 담소를 즐긴다.

하벨은 진실 이란 낱말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진실이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는 평이한 뜻으로 해석한다. 그래서 그는 작가적 양심을 정치에 대입시켰으며 진실의 힘을 살벌한 정치판에서도 통하게 하여 끝내 승리를쟁취해냈다. 무엇이든 숨기려 들고 발설하면 손해라는 의식구조를 갖고 있는우리의 정치인들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하벨은 단순하지 않다. 그가 필라델피아에서 행한 연설은 참으로 위대하다. 우주의 질서와 창조의 권위에 복종해야 한다. 우리는 우주의 일부가 되어 참여할수 있는 권리를 소중히 여길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기 자신과 이웃을 존중할수 있다 하벨의 인류 우주론적 원리 와 가이아 가설 에 기초한 인류관과 우주관은 그가 속해있는 정치세계를 벌써 뛰어 넘어 초월의 세계속에 진입해 있음을 알수 있다. 작은 것에 연연해 하지 않는 그의 사상은 아름답다. 그래서 그는 향내나는 사람이다.

歷史의 一部인 대통령

프랑스의 영광 과 위대한 유럽 건설 을 꿈꾸어 왔던 프랑수아 미테랑도 예사내기가 아니다. 그는 멋쟁이다. 향내나는 사람이다.

그는 꿈꾸는 프랑스인이지만 어쩌면 朝鮮시대에나 살았었던 우리의 아버지.할아버지같은 그런 사람이다. 그의 사생활이 특히 그러하다. 우리 식으론 妻妾사이, 프랑스식으론 아내와 연인사이에서 20년이상 환상적 삼각관계를 무리없이유지하면서 14년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할수 있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그의멋은 종결된다. 프랑스인들은 미테랑을 부도덕한 난봉꾼이라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오히려 파리쟝들은 도시와 거리와 마을에 프랑수아 미테랑의 이름을 붙여 그를 영원히 기억하려 한다.

미테랑의 정적이었고 한때는 그의 총리였고 지금은 후임자인 자크 시라크대통령은 미테랑은 프랑스의 역사속으로 진입했다 고 추모했다. 또 장 티베리 파리시장은 미테랑은 역사의 일부가 되었으며 파리시민들의 기억에 남을것 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대통령중 역사속으로 진입한 대통령이 누구며 역사의 일부가 된 대통령은 누구인가. 도무지 향내를 맡을수 없다.

歸去來辭 읊을줄 아는…

레흐 바웬사 前폴란드 대통령. 전기기사 출신으로 대통령이 되었으나 그것이끝나고 다시 옛직장의 전기기사로 돌아갔다. 그가 복귀한 직장에서 하루 몇시간 일하며 무슨 직위를 얻었는지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귀거래사를 읊으며 돌아갔다는 현실이 중요하다. 바웬사는 대통령직 수행기간중에도 6년이나무급휴직형식으로 그단스크 조선소 직원신분을 유지하고 있었단 사실이 그를멋쟁이로 떠받치기에 충분하다.

무릇 아름답고 향내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무엇을 그리워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움의 대상은 사람.옛직장.조국등 천차만별이다. 우리도 무엇을 그리워할줄 아는 향내나는 대통령을 역사라는 영원속에 묻어두고 싶다.

本社 論說委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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