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11총선-총선자문교수 좌담

"대구.경북표는 여당에 대한 채찍질"

15대총선이 막을 내렸다. 신한국당이 전국에 걸쳐 신승을 거두고 국민회의와 민주당이 참패를 당했다. 자민련도 목표의석은 채우지 못했지만 약진했다. 대구에서는 반 YS정서가 확산, 자민련이대승을 거뒀고 경북에서는 신한국당이 과반수를 넘긴 가운데 무소속이 선전했다. 이번 선거의 의미와 특징 및 향후 정국구도를 본지 총선자문교수의 긴급좌담을 통해 진단해 본다.▲이=먼저 이번 총선의 의의부터 한번 짚어보죠. 이번 총선의 성격은 현 정부와 여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라는 점과 김대통령의 개혁 및 개혁방식에 대한 평가,역사바로세우기 등에 대한 국민의식,선거후 정계개편과 정치구도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또 3김시대에 대한 국민인식과 세대교체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고 3김시대 종식과 맞물려 있습니다마는 이번 총선을 통해 한국정치의 지역주의 불신을 극복할 수 있는 지를 살펴 볼 수 있는 하나의 장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김=이번 선거에서 지역에 두텁게 깔려 있는 반YS정서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대구정서는 과거 李孝祥씨가 낙선한다든지 거물급 인사를 종종 떨어뜨리는 현상이 있는데 이번에도 내무부장관을 지낸 4선의 金瑢泰씨를 떨어뜨리는 등 대구의 특수한 기질을 보였습니다.

▲이=속칭 TK정서라고 하는 대구.경북정서를 모두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데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보면 호남과 부산.경남은 대구.경북 이상입니다. 왜 TK지역 정서만 험담하고 비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YS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TK정서를 나쁜 쪽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지역대결구도를 심화시키는 것입니다. 이번 선거결과 대구는 야당이 압승을 거두고 무소속이 3명이나 되는 등 고루 분포했습니다. 이젠 TK정서를 나쁜 쪽으로 몰아간다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김=대구에서 신한국당 후보들도 선두와 박빙의 싸움을 벌였습니다.부산.경남과 호남지역같이 일방적으로 몰아주는 감정과 정서는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됐지 않습니까.

▲이=경북은 신한국당이 압승이라고 봐야겠지요. 19석중 반이상을 차지했잖습니까. 여당신승도 신한국당이 좋아서라거나 정부 여당이 국정을 잘 이끌어 왔다고 지지해준 것은 아니고 대안이 없어표를 던졌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무소속이 예상보다 선전한 것 같습니다. 바로 대구.경북지역의기존 정당에 대한 기피증을 보여준 것이지요. 그러나 TK정서를 획일적으로 묶어 얘기하기는 어려운 것 같지만 정부 여당에게 앞으로 올바른 정치를 하라는 채찍질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입니다.

▲김=정부 여당에서 지역경제 침체 등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배려를 해줄 때에야 비로소 TK정서가 없어질 것입니다.

▲김=방송의 출구조사 문제점도 짚어 봐야 할 것입니다. 역대 총선에서 여론조사결과의 신뢰도가얼마나 정확했는지 검증하지 않은 상태서 투표가 끝나자마자 전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오차가 없는 것처럼 발표하는 일은 방송의 공신력 실추는 물론 결과 착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것입니다. 방송3사는 신중을 기했어야 했지요.

▲이=가뜩이나 정치불신 상황에서 방송을 포함한 언론에 대한 불신과 국민의 실망감을 더해주었습니다. 외국의 경우 출구조사는 정확합니다.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물론 외국처럼 투표소 바로 앞에서 하는 경우를 감안해도 그렇고 거리제한등의 규제는 연구할 문제입니다.

외국은 지지자에 대한 소신을 분명히 밝히지만 우리나라는 학연.혈연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는 것과 관권에 대한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정치적 소신을 뚜렷이 밝히지 않는 것 같습니다.▲김=여당에 대한 국정운영 평가문제는 어떤 것 같습니까.

▲이=여당이 선전한 것은 그런대로 중간점수는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못차지한 것은 김대통령의 개혁이나 개혁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역민들이 어느정도 거리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정계개편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겠지요. 헤쳐 모여를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정당성격에 따라 이합집산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신한국당은 개혁을 내세웠던 민주당 등 같은성격의 당과 합종연횡을 해야 할 것입니다. 우연의 일치랄까 여당의 2중대라 불렸던 민주당이 합쳐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국운영에 자민련이 캐스팅보트를 쥘수도 있을 것입니다.▲김=이번 선거에서 3김출신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주의가 분명히 나타났습니다. 오히려 심화된 느낌이 강합니다. 지역주의 정치가 심화될 우려가 높지요.

▲김=지역주의 극복이 큰 과제입니다. 앞으로 몇년동안은 지역주의,3김의 권위주의적 정치에 휘말릴 것입니다. 수준높은 정치는 바랄 수 없겠지요. 과도기적 정당운영이 필연적입니다. 박철언씨의압도적 표차 당선은 행정을 말미로 삼고 덕치나 교화를 정치대종으로 삼아라 라는 정치학의 가르침을 생각할 때 개혁정치의 정당성은 인정하더라도 사법처리의 한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대구.경북지역 정서를 순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국민이 변화나 개혁을 바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YS개혁에 대해 일부 반대표를 던진 것은 개혁방법과 방식에 반대한 것 뿐이라고 봅니다. 국민들은 구태의연한 정치와 정치인,지역주의를 불식시키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회의의 실패가 좋은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민회의가 이번에 서울.경기에서 무너진 것도 국민들이 지역주의에 터를 두고 권력만 추구하는 대안없는 야당에 등을 돌렸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김=신한국당이 강원과 서울.경기에서 선전한 요인은 중산층의 안정희구 성향이 가세된 것으로보입니다. DMZ에서의 북측의 도발이 신한국당에 큰 선물을 준 겁니다. 6.27지방선거 참패후 안정논리를 펴면서 국민에게 호소한 것이 상당히 좋은 결과를 가져 온 셈이죠.

▲이=대구의 신한국당 4선의원인 김용태씨가 무너진 것도 의외의 결과죠.

▲김=이기택.김원기씨의 당선여부가 3김청산의 홀로서기가 가능하냐를 보여주는 관심사였으나 낙선하는 것을 보면 인물론도 지역정서를 파고들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이=민주당이 원구성을 못할 정도로 참패한 것은 참여인물도 그런대로 참신하고 민주당이 3김청산 및 세대교체의 슬로건과 새로운 이미지를 들고 나와 정치판의 물갈이를 시도했지만 3김의 벽도 두터웠고 지역주의의 벽도 완강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계개편을 한다해도 3김영향의 정당체제 성격이 명확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21세기를 바라보는 국민의 정치력을 모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는데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이=이번에 당선된 선량들은 20세기를 마무리짓고 21세기를 열어가는 일꾼입니다. 국민은 대임의 수행여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인 개개인은 능력있고 뛰어난 사람들이 많지만정당은 수준미달입니다. 우리 정당은 공당이 아니고 사당이며 붕당입니다. 지지기반이 특정지역을중심으로 한 지역당입니다. 정당이 공당성격을 못지니면 정치에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김=여권의 선전은 틀림없지만 이번 선거 국민의 정치불신 속에 투표가 진행됐습니다. 여든 야든 정당운영을 젊은 세대의 의식에 맞도록 민주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이=앞으로 4년간은 중요한 시깁니다. 당선자들은 지역정서를 통합시켜 남북통일을 이룩해야 할사명을 갖고 있습니다. 남북한간 융화를 통해 평화적 통일기반을 이룩하려면 더이상 지역정서에발목을 잡혀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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