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비와 기념정신"흔히 현대사회를 비록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우나 정신적으로는 빈곤한 시대라 한다. 소득이 많아지고 여가시간이 늘어나도 우리의 정신적 풍요로움은 쉽사리 얻어지지 않는다. 진정한 종교나 사색하는 철학이 부족한지도 오래 되었다. 문화적 영양결핍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숭고한 인물이나 아름다운 사연 그리고 매우 의미심장한 사건은 우리에게 큰 귀감이 되게끔 널리 알리고 후세의 교훈으로 길이 기억하고자 한다. 그러한 형식의 하나가 바로 기념비이다.
기념비는 정신과 물질을 잇는 실물 이다. 즉 기념비를 통하여 우리는 그 큰 정신적 가치를 되새기며 또한 우리가 그러한 세계와 더불어 있음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념비를 가히 기념하려는 어떠한 정신적 가치를 보여주는 표현이자 형식이라 할만하다. 이러한 기념비를 세우고보살피는 우리의 자세와 마음가짐에서 스스로 부족해지거나 해이해지는 정신을 재무장한다고 하겠다. 그런지 기념비는 기념정신을 위한 다양한 형태로써 도처에 나타난다.
기념비나 기념탑만이 아니라 기념건축, 기념공원, 기념수, 기념패, 기념광장등을 세우고 있다. 더불어 기념비가 있는 곳은 의레 세속적이 아니라 매우 고결한 장소가 된다. 새롭게 단장된 4.19의거 성역화사업이나 5.18묘역 성역화사업도 그러한 의도이다. 국립묘지나 전적지의 기념공간, 워싱턴의 한국전쟁 기념비 역시 우리의 쓰라린 상흔과 고결한 희생정신을 함께 숨쉬려는 의지라 하겠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정당한 기념정신을 위한 적절한 기념비를 세우고 있는가. 혹시라도 의례적이며 형식에 치우치고 일년에 한번 겨우 찾는 소외된 장소에서 마지못해 치르는 체면치레는 아닌가. 기념비하면 왜 그렇게도 크고 높고 권위적인가. 혹시라도 정신을 기리는 기념비 자체가 너무경직된 물질적인 것이 아닌가.
우리에게 절실한 기념 형식은 위엄만 지키는 거대한 물질이 아니라 인간적인 따뜻한 정신과 숭고한 사랑이다. 왜냐하면 기념하려는 대상가치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숭고함이며 또한 가장 영속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타락해서 비인간적일 따름이다.
〈영남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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