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義根경북지사는 지난 3월 정부의 2000년 ASEM의 한국 개최 발표를 접하자 곧바로 경주 유치를 선언하고 서울로 뛰쳐올라갔다. 당시는 지역출신 국회의원들 조차 서울의 개최여건 우세 를들어 고개를 젓던 상황. 그렇지만 李지사의 생각은 달랐다. 이제는 지방 홀로서기 시대, 상황이어렵다고 뒷짐을 지고있으면 얻어질 게 하나도 없다 . 그리고 청와대 총리실 내무부 사람들을 수없이 만나며 꼬박 석달을 뛰었다.
그 결과, 이달초 정부가 ASEM(아시아 유럽정상회의)의 개최지로 서울을 결정하면서 경주 국제회의도시 지정 특별법 을 동시 발표토록 하는 성과를 획득했다. 앞으로 경주는 정부의 집중 지원을 받아 한국의 대표적 컨벤션 시티로 커나갈 길이 트인 것이다.
당선과 동시 주식회사 대구 를 선언하고 그 사장을 자임한 文熹甲대구시장, 그는 오는 10월 지역 중소업자 20명을 이끌고 또 한번 시장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에는 중남미쪽이다. 부임후중유럽과 동남아 시장개척을 진두지휘한 경제적 성과가 적지않다는 판단에서다.文시장은 지난해 문턱높은 중유럽 4개국 시장과 올 거대한 신흥시장인 동남아 노크를 통해 지역중소업체에 수출 자신감을 부여하고 해외시장을 안내했다는 점을 평가하고 있다. 시청 공무원들에게는 경제마인드를 일깨웠다는 생각이다.
지난 18일 李壽成국무총리 주재로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지원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국제경기지원위원회가 한동안 관가의 화제로 오르내렸다. 회의는 시종 전국 15개 시-도지사들의 월드컵 경기를 끌어가지 못하면 지역민에게 몰매맞는다 는 식의 엄살과 읍소 경쟁으로 열기가 넘쳤다는 것이다.
文熹甲대구시장과 李義根경북지사 역시 타 시-도지사와는 물론 둘 사이에서도 불꽃튀는 유치 신경전을 펼쳤다는 후문이다.
종전에는 시장이 직접 무명의 중소업자들과 물건 보따리를 들고 지구촌 곳곳의 낯선 도시를 뛰어다니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도지사가 국책사업 유치에 기를 쓰고 중앙 부처를 찾아 굽신거리거나 떼를 쓰거나, 지역여론을 빙자해가며 상경투쟁 을 하는 전례 또한 드문 일이었다. 부임만 하면 몸조심 이나 영전 로비 로 세월을 보내던 과거 지방장관들의 모습을 상기할 때 엄청난변모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지난해 7월 1일 그야말로 역사적인 자치의 스타트 라인을 출발한 전국 2백45명의 민선 단체장들.그들은 지방 홀로서기와 지자체간 치열한 생존논리를 체득하며 자치시대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들은 자치권 확장, 행정쇄신, 자치역량 강화,중앙정부 교섭, 지방의회와 협력유지,민의수렴, 지역개발,주민복지 등과 같은 새로운 행정환경을 창출하거나 압박받으며 민선시대를 실감하고 있는것이다.
金相淳청도군수는 지난해 부임과 동시 건설교통부 농림수산부 그리고 경북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상부와 아무 사전 상의없이 토지거래허가 심사의 대폭 완화조치를 발표해버렸기 때문이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 불거져나온 자치권 확장의 이 조치는 중앙 관련 부처를 상당히 당황케했다. 청도군에는 감사압력이 들어오고 실무자들에게는 연일 호통 전화가 날아들었다. 이 사건 은결국 金군수의 자치권 확보 승리로 돌아갔다.
중앙정부는 땅투기를 막기위해 마련한 토지거래허가 심사가 지나치게 지역개발과 주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金군수의 판단을 받아들여 20㎞통작거리 제한 규정을 폐지하는 등 농지법을 개정한 것이다.
金군수는 이후에도 현실에 맞지않는 상부 지침의 폐기 작업을 계속 이어 가고 있다. 이를 테면진흥지역내 비농지의 행위 규제 철폐, 관급 레미콘 관할지역 제도 철폐 등이다.민선답게 여론중시 행정도 활발하다. 金圭澤수성구청장은 최근 고산지역 내환동 삼덕동 지주들을찾아다니며 대구의 월드컵 경기 유치를 위해 이 곳 경기장 설립이 필요하다는 점과 현실보상 약속을 제시하며 끈질기게 설득하고 있다. 주로 농민들인 지주들을 만나기 위해 일과후 밤시간을이용한다. 과거 같으면 강제수용으로 간단하게 처리할 일이지만 민선시대는 아무래도 주민동의가 우선이란 생각때문이다.
崔在永칠곡군수는 매일 새벽 5시면 자전거를 타거나 도보로 어김없이 관내를 한바퀴 도는 것으로일과를 시작한다. 여론과 현장감각을 챙기기 위해서이다.
李경북지사는 서류검토와 정책구상을 아예 밤시간으로 돌려놓고 낮에는 각종 행사 참석과 민원인면담에 전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이 밖에도 단체장들은 취임 즉시 민원실 기능을 강화했으며, 적잖은 지역에서는 단체장 집무실을청사 1층 입구에 내려 놓았다. 나름대로 주민 제일주의의 표방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단은 권위의식의 타파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다음 선거를의식한 인기행정이 아니냐는 비판 또한 상당하다.
실제 대구시내 ㅇ구청장의 경우 경로당과 경조사에만 신경을 쏟는다고 경로당 청장 이라는 불명예스런 별칭을 듣고 있다. 또 모 구청장은 동장이 챙길 행사까지 휘젓고 다니며 주민접촉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지역 유지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적지않은 단체장들이 당초 우려한 민선의 역기능을 극복하지 못하고 함량미달의 비판을 받으며주민들의 실망을 사고 있는 것이다.
전직 구청장 출신의 대구시 고위간부의 말이다. 민선 단체장들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인기에만 너무 급급하는 것 같다. 조직에는 이를테면 사단장 역할이 있고 소총수 자리가 있는 법이다. 사단장이 소총까지 휘두르고 다니면 곤란한 것 아니냐 고 민선장들의 무차별적 행사참석을 비판했다.
이 간부는 다소 욕을 먹더라도 소신 행정을 펴는 자세가 아쉽다. 임기를 보장받는 자리임에도자신의 인기에만 연연, 공직사회 내부에 무사안일과 현실안주라는 폐단을 심화시켜놓은 감이 있다 고 덧붙였다.
이같은 경향은 종합적 정책판단을 요하는 사안을 지나친 정치감각으로 접근, 행정의 혼선까지 나타나고 있다. 공정 70%%에서 이해 주민들의 설계변경 요구를 수락한 대구앞산순환도로 확장공사,도시계획 시설결정까지 난 대구지하철다사차량기지창의 주민이전 요구 수용으로 지하철 2호선 설계의 미확정 등이 그 사례의 하나.
계명대 崔鳳基교수(행정학)는 민선 단체장에게는 임명제 시대와 달리 개혁적이며 창업가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지역발전 뿐 아니라 중앙에 맞서 자치기반을 확장하고 주민들의 민주적 자치의식을 높이는 역할이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지난 1년간 대부분의 단체장들은 그 역할에 미흡했다는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다 고 말했다.
〈金成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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