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每日시론

"韓國 자본주의와 언론"

최근 살인극으로까지 치달은 언론계의 무분별한 부수확장은 우리 사회를 우울한 자괴감으로 짓눌렀다. 언론은 누구보다도 나라와 인류의 공익을 생각하며미래의 건전한 발전에 대해 책임을 느껴야 할 사회의 공기이다. 그같은 언론계가 맹목적인 경쟁 끝에 빚어낸 이 사건은 한 마디로 충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없다. 재벌이 소유한 언론이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식의 시장독점 논리에 함몰되어 본연의 도의를 저버린 것이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긍지에 찬물을 끼얹고 한국 자본주의의 참을 수 없는 초라함을 돌아보게 한다.

경쟁만이 전부 아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든 조직은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경쟁에서 지면 도태되고 도태되면 사라진다는 살벌한 말을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경쟁만이 사회의 전부는 아니다. 경쟁에서의 승리만이 삶의지고한 목표처럼 모든 경영자나 관리자들의 입에 회자되는 사회는 결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그런 사회에서는 모든 가치가 치사할 정도로 명료하게 이해된다. 사람들의 머리 속에 목표와 경쟁자라는 관념 외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않게 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사회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활발한 경쟁을 보장한다. 그러나 물질을 둘러싼 이같은 경쟁은 반드시 정신에 의해 견제되고 견인되어야 한다. 막스 베버의 말처럼 산업혁명이 낳은 무한한 돈벌이의 가능성이 프로테스탄티즘이라는 근면, 정직, 성실의 윤리관에 의해 견제되면서 서구의 자본주의는 발전해왔던 것이다.

한국자본주의는 지난30여년동안 서구의 선진화된 기술을 수용한 압축형 산업혁명으로 단기간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서구와는 문화적 전통이 다른 한국에서 이같은 물질의 성장을 계몽하고 감시해 왔던 정신의 중요한 한 영역이바로 언론이었다. 한국의 언론은 뇌물수수와 특혜로 이루어진 정치권과 재벌의추악한 커넥션에 저항하고 그 정경유착의 초고속 성장사를 비판해온 소중한 정신사적 존재였다. 많은 질곡속에서도 한국의 언론은 사명감을 갖고 이같은 공기로서의 책임을 다해왔다.

기업의 논리에 오염

최근 세계화 시대의 엄혹한 경쟁이라는 세태속에 우리의 언론까지도 시장독점을 노리는 패권주의적 기업논리에 오염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우리는 이망국적인 세태의 책임을 특정 신문에만 물을 수 없다. 독자들은 실속없는 증면경쟁, 획일적인 화제들, 정확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기사, 툭하면 전면을 도배하는 광고, 독자의 선택을 무시하는 강제투입등을 그동안 신물나게 체험해 왔다.과열된 발행부수 경쟁으로 하루 3백만여부의 신문이 독자의 손을 거치지도 않고 바로 폐지수입상으로 직송된다는 보도는 지금도 밥맛을 잃게 한다. 그 많은신문지들이 원래는 이 강산을 푸르게 지켜온 아름드리 나무가 아니었던가. 재벌이 소유한 어느 신문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신문 구독을 조건으로 진공청소기, 카메라, 에어컨도 모자라 9백여만원에 달하는 위성방송 안테나까지 아파트에 경품으로 제공하여 사회의 지탄을 받고있다.

사회의 요구 직시해야

한국의 언론은 기업의 논리에 지배되어서는 안된다. 특종이 있고 정보의 전달이 명석하고 남다른 지식을 가졌다고 해서 언론이 아닌 것이다. 그것은 필요조건조차도 아니다. 언론이 정권뿐만 아니라 금권의 논리로부터 독립하여 정확한비판력과 정신을 회복하는 것. 그리하여 가뜩이나 센세이셔널한 세론(世論)이횡행하는 이 시대에 전통과 공중의 상식을 대변하는 사회의 정론(正論)을 세우는 것. 이것이 언론계가 직시해야 할 우리 사회의 강력한 요구이다. 이 요구를외면할때 한국의 언론은 이념과 윤리의 공백속을 오래 표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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