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매순간 진실할 수는 없어도 교회에서 그의 설교만큼은 진실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교사나교수가 언제나 진실할 수는 없어도 그의 강의만큼은 진실해야 한다. 설교나 강의는 기독교인으로서 또는 학자로서 이념형을 제시하는 일이다. 물론 모든 기독교인이나 학자들이 그 이념형태로살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념형은 우리들에게 삶의 기율로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비슷한 사정이 시인에게도 적용된다. 세상살이하는 동안 시인은 결코 늘 진실되게 살 수 없다. 그렇지만 그의 시는 언제나 진실해야 한다. 그의 진실한 태도 없이는 진리(사물의 본질)에 이를수없기 때문이다. 즉 사물과 시인이 일체화되는 행복한 체험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와시인은 늘 일치되지 않는다. 공자가 시의 본질과 기능을 思無邪 라 정의했을 때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의 경우를 두고 한 것일게다. 공자의 그 말 역시 시 쓰는 순간만큼은 시인이 진실해야함을 의미하는 것일게다. 공자인들 어디 매순간 완벽하게 진실할 수 있었겠는가.물론 시와 더불어 시인도 늘 진실할수 있으면 더욱 좋다. 그러나 시인이란 존재가 근본적으로 세속에다 뿌리내리고 진실을 추구하는 자라, 왕왕 그릇되게 사는 수가 많다. 실제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시와 시인의 일치를 요구하여 그것을 지나치게 기대하는 때가 많다. 역사적으로어두웠던 시기에 지조를 꺾은 시인들을 두고 우리는 너무 가혹하게 평가하지는 않았던가. 시인이란 원래가 강한 성격의 소유자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 영혼의 절정기에 제시한 이념형적 삶이 폄하되어서는 아니된다. 진실에 바탕을 둔 이념형적 삶을 제시한다는 의미에서 시인이란 직업은 교직과 더불어 성직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시인.대구대 전임강사〉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李대통령 지지율 2주 만에 8%p 하락…'특별사면' 부정평가 54%
李대통령 "위안부 합의 뒤집으면 안 돼…일본 매우 중요"
국회 법사위원장 6선 추미애 선출…"사법개혁 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