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2시15분께 연세대에서는 전국의 대학 총.학장 3백여명이 한총련 학생들이 점거했던 문과대와 종합관 건물을 둘러보고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총학장들은 연세대 한상완(韓相完)학생처장의 안내로 불에 타다 남은 바리케이드를 지나 문과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최루탄 냄새로 일부는 손수건을 꺼내 들었으며 연신 재채기를 하기도 했다.마구 찢어진채 어지러이 널려 있는 교재와 여기저기 멋대로 나뒹굴고 있는 책걸상과 캐비닛을 둘러보는 총장들의 입에서는 어떻게 이럴 수가 라는 탄식이 쏟아졌다.
쓰레기로 뒤덮인 계단을 올라 6층에 모여 있는 교수 연구실로 올라갔다.
6층 문헌정보학과 교수의 연구실 문을 열자 뒤죽박죽 돼 있는 책과 원래 위치를 이탈해 나뒹굴고있는 비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연세대 김병수(金炳洙)총장이 연구 업적이 없어진 교수들이 있어 매우 안타까운 일 이라고 말하자 주위에 있던 다른 총장들은 교수 연구실의 닫힌 문을 일일이 열어 보며 왜 교수연구실까지 부셨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며 고개를 내저었다.
총장 행렬은 이어 2천명이 넘는 학생이 점거.농성을 벌였던 종합관으로 들어섰다.시커먼 잿더미를 지나 1층에 들어가자 온통 불에 타 사방이 깜깜했으며 발이 푹빠질 정도의 물이아직 차 있었다.
여기저기서 전쟁터 같네요 , 이 정도인 줄은 몰랐어요 라는 소리가 들렸다.
강의실 흑판마다 학생들이 적어놓은 투쟁 수칙 등과 6층에 있는 어학실습실이 마구 부서진 것을본 총장들은 남의 일이 아니다 며 입을 모았다.
이어 연세대 1백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갖가지 제안이 나왔다.서강대 朴弘총장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처참한 현실 이라며 남의 대학에 와서제자들이 막대한피해를 입혔으니 각 대학에서 성의껏 모금을 하는 것이 어떠냐 고 제안했다.
한남대 김세열(金世烈)총장은 우리 학교는 학생들을 올바로 지도하기 위해 97년부터 신입생들에게 최소 2주 이상의 정신및 인간성교육을 시키겠다 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프로그램의 공동연구를 강조.
마지막으로 연세대 김총장이 연단에 올라왔다.
金총장은 여러분 학교 학생들이 우리 학교시설을 이렇게 파괴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책임을 느껴달라 며 그리고 어떻게 우리를 도와 줄 것인지 결의해 달라 고 호소했다.
한편 한총련 대학생들의 점거농성과 시위가 벌어졌던 연세대는 21일 피해규모 파악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는 등 사후수습과 뒷마무리에 분주하다.
한총련 시위로 몸살을 앓았던 연대측은 21일 과학관과 종합관에 대한 출입을 통제한채 피해규모를 파악하는데 주력.
학교측은 무작정 복구작업에 나서기보다는 피해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주력할 것 이라며 완전복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고 설명.
학교측은 또 청소용역회사에 의뢰해 4.5t 트럭 1대당 40만원씩을 주고 청소작업을 벌일 계획이며1백대분의 쓰레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돼 청소비만 5천만원이 넘을 것 같다 며 한숨.학교측은 이날 오전 구체적 피해 증거를 남기기위해 종합관과 과학관에 대한 사진 및 비디오 촬영을 실시했다.
생물학과 정모교수는 실험용 쥐 1백마리 가운데 2마리가 물을 먹지 못해 죽은것을 제외하고는실험실 문이 부서진 정도의 피해만 입었다 며 경찰이 만약 건물안으로 들어왔다면 모든 것이 망가졌을 것이나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아 다행 이라고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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