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記者노트-李東寬기자

"[대구式] 서울행차"

서울사람들은 대구사람들에게는 한 때 전화 한 통화면 거의 모든 일들이 처리된다고 하던 호시절이 있었다고들 한다. 고위층에 쉽게 줄이 닿았으니 격식과 절차를 밟아가는 정상적인 일처리가될 리 없었다는 것을 비아냥대는 말이다. 그리고 세상이 바뀌었음에도 계통을 밟기보다는 아직구습이 몸에 배어 있다는 이야기를 요즘도 심심찮게 듣는다.

사람들은 이를 대구식 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지금도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게 중앙부처 공무원과 국회의 시각이다.

18일 상경, 과천 제2정부청사의 농림부와 환경부를 방문한 대구시의회위천단지추진특위 위원들의서울행차는 다시 한번 같은 지적을 받을 만한 사례의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시의회는 국회 예결위가 한창이던 지난 14일 농림부와 환경부 장관실로 대표단이 방문하겠다는팩시밀리를 보냈다. 상대방 일정은 아랑곳않고 장관면담을 요청한 것이다.

당연히 각 부처에서는 전화로 면담불가를 통보했다. 그것도 한 번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찌된일인지 시의회는 이를 공식입장 전달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자신들은 공문으로 보냈는데 전화로 답이 와서 그랬다고 했다. 이날 서울에 함께 온 전문위원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는 시의원들은 서울행차를 강행했다.

결과는 당연히 면담 불발. 시의원들은 장관부재를 통보받고 2백50만 시민을 무시하는 처사 라고흥분하고는 정부청사 복도에서 장관을 만날때까지 농성하자 는 이야기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기자의 예결위회의가 있다는 것을 몰랐느냐 는 질문에 몰랐다 고 했다. 시의원들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장관이 점심시간에라도 시간을 내서 약속을 취소하고라도 와서 자신들을 만나야 한다는 요구를 실무자들에게 하는 결례까지 범했다. 실무자들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었다.결국 시의원들은 몇 시간을 기다려 국장급 2명을 만나는 선에서 서울행차를 마감했다. 이들이 정부청사에서 머문 4시간동안 예상치도 않은 손님의방문을 받은 부처 공무원들은 소 닭보듯 했다.한 실무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부산에서 서울간다고 하니까 우리도 가보자 는 마음에서 무작정상경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고 혀를 찼다.

대구식 의 전형이라면 할말 없겠으나 시민의 혈세를 이런식으로 낭비하는 시민의 대표들을 시민들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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