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묶인 신한국 대선주자들

대선이 1년남짓 남아 있지만 김영삼대통령이 좀처럼 본격 대선레이스를 허용치 않고 있어 여권대선주자들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게다가 김대통령은 민주계의원, 초선의원들 그리고 당사무처요원들에게 대선주자 줄서기금지를 사실상 지시함으로써 이들의 발목을 더욱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대선주자들은 드러내 놓고 항명을 할 입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낙점을 고대하며 무작정 목을빼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다만 이들의 공통점은 애처롭게도(?) 한결같이 짝사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계출신 주자들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영입파주자들도 은근히"대통령과 관계가 좋기 때문에 결국 자신을 밀것"이란 희망을 결코 버리지 않고 있다.

박찬종고문은 YS의 지지를 확신하고 있다. 그는 26일 모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경선을 좌우할 3대변수인 당심(黨心), 김심(金心), 민심(民心)중 가장 중요한 변수로 민심을 꼽은뒤 "그 누구도 민심의 대세를 거스르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대통령도 절대로 민심을 거스를 분이 아니라는 확신과 신뢰를 갖고있다"고 말했다.

이한동고문측도 비슷하다. 한 측근은"김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이고문과 만나고 나면 식견과 경륜에 대해 만족해 한다는 소식이 있고 실제로 두분 사이가어느 대선주자보다 가깝다는 것은 모두가다 아는 사실 아니냐"며 자신만만해했다. 이고문 자신도 속으로 낙점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홍구대표가 대통령의 의중을 살펴 움직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표취임이후 당과 대선주자들을 무리없이 잘 관리하고 있는 점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을 것이란 게 대표실측의 얘기다. 한 측근은"대통령이 대선후보 결정에 절대적이지 않겠느냐"고 반문한 뒤"이대표는 대통령이후보로 밀면 나서지 먼저 그럴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 대통령의 신임을 통한 대선후보 진출입장을 제시했다. 물론 김대통령의 이대표 지지가능성에 큰 희망을 걸고 있다.민주계의 집중견제를 받고 있는 이회창고문측도 아직까지는 대통령에게 의존해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고문도"청와대독대자리는 항상 분위기가 좋다"고 말한 바 있듯이 한 측근도"두분 사이가 나쁘다는 항간의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며"두분 사이에는 의외로 돈독한 인간관계가 있을 수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민주계출신인 최형우고문과 김덕룡장관측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확신에 차있는 모습이다.최고문도 25일"나는 김대통령의 정치문하인으로 30여년동안 얽히고 설킨 역사를 갖고 있다"면서특수관계를 주장했다.

김장관측도 드러내놓고 밝히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세대교체와 민주계를 감안하면 김대통령의 후계자는 김장관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들은"두 사람간의 인간관계는 삼척동자도다 아는 것 아니냐"며 향후상황을 낙관하고 있다.

정가는 김대통령의 대선주자들에 대한 호감과 대선주자들의 김대통령에 대한 짝사랑 모두가 내년중 대선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까지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李憲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