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경제도 이것이 문제다

지난번 글에서 쓰레기종량제가 실시된후 쓰레기가 현저히 줄어들고 재활용률이 높아졌으며 재정적자가 줄어들고 매립장 수요가 줄어 국토이용이 효율적으로 되었을뿐만 아니라 소비패턴의 변화로 친환경적인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등 쓰레기종량제의 장점에 대해 밝힌바 있다.여기서 더 나아가 시장기능을 이용한 쓰레기종량제는 경제적 효율성뿐만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우월한 것임을 밝히고자 한다. 다음의 예를 보자.

주부인 A, B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쓰레기종량제 실시 이전에는 똑같은 돈을 내고 쓰레기를 배출하였으므로 두 사람 모두 쓰레기를 줄이기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으나 종량제 실시 이후에는 나름대로 쓰레기를 줄이기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런데 A는 알뜰하게 살림을 살아 한달에 봉투를 10개만 사면 쓰레기를 버릴수 있는데 B는 A보다는 다소 알뜰하지 못하여 20개의 봉투를 사야만 한다고 하자.

쓰레기종량제 이전에는 A든 B든 쓰레기양과는 관계없이 돈을 냈다가 실시 이후에는 B가 더 많은 돈을 내야한다.

독자들 중에는 A와 B가 서로 다른 돈을 지불해야 하므로 '불공평'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정의로운 것이며 공평한 것이다.왜냐하면 환경을 더 오염시키는 B가 당연히 A보다 많은 부담을 지는 것이 옳은 것이며 '오염자 부담원칙'에도 합당한 것이다.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대우받는 것이 공평한 것이 아니라 각자가 노력한 만큼 대우받는 것이 공평한 것이요 정의로운 것이다. 쓰레기 양을 줄이기위한 노력 여부에 관계없이 똑같이 돈을 거두는 것이야말로 불공평한 것이다. 왜냐하면 도덕적으로 해이한 B가 A와 똑같이 대우받는 것이며간접적이나마 A의 돈을 끊임없이 강탈하도록 정부가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란 각자에게 각자 몫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환경에 부담을 덜 주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적은 부담을, 환경에 많은 부담을 주는 사람이큰 부담을 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윤리적으로 옳은 것이며 정의로운 것이다.

정부는 사회를 떠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원리의 지배를 받는 사회속에 존재한다. 그러므로무릇 시장기능을 무시한 모든 정부정책은 효과가 미미할뿐만 아니라 잠시 효과가 있어도 경제적·도덕적 부작용을 수반하게 된다. 정부는 시장기능이 작동하는 사회속의 한 부분집합이기 때문이다.

김선조씨(환경부 자연정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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