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외설성을 법이 심판하는 상황이 재현될 모양이다.
우리는 지난해 연극 '미란다'의 내용중 여성배우의 알몸연기가 음란하다하여 연출자가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을 기억한다.
그보다 앞서부터 공연되고 있는 연극 '마지막 시도'의 음란성도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는 보도를다시 접하니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느낌과 함께, 무한한 창의의 영역을 획일적인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수년전에 화제가 되었던 마광수교수와 최근의소설가 장정일씨의 경우, 외국에서 호평받은 김승근무용단의 알몸공연 부분이 국내에서는 조명이차단되어 볼 수 없었던 사건 등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영화심의 기준의 난맥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예술작품의 외설성 판단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며세계화와 더불어 그 기준도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극장영화나 비디오테이프, 야간업소의 공연, 각종 영화제와 시사회, 빈번한 해외여행, 심지어는 청소년들이 즐겨 읽는 무협지를통해서도 문제의 연극들보다 훨씬 더 심한 음란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조만간 해일처럼 밀려올 외국의 성개방 문화를 큰 충격없이 소화해낼 수 있도록준비하기보다 일부 연극을 법이라는 허울에 불과한 수단으로 묶겠다는 것은 인류사회의 조류에역행하는 시대착오적 대응이라고 생각된다.
저질 성문화에 대한 내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연극에서도 직접적인 해악성이 명백하지 않은 알몸연기나 성적 표현을 자유롭게 허용하여 국민의 자율판단에 의해 음란성이 통제될 수 있는 기반을조성해야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보호장치가 별도로 마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현실적으로도 연극의 외설성을 법으로 섣불리 규제하기보다는 판단력이 부족한 어린이나 청소년이 음란문화를 접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더 시급하며 장기적으로도바람직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대구방송 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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