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회창 대표 내정 뒷얘기

신한국당 신임 대표로 '이회창카드'가 나오기까지는 12일 하루만도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여러번반복됐다.

이한동-김종호-김명윤-이수성, 박찬종으로까지 이어지면서 급기야 이날 밤늦게서야 이회창고문으로 최종 확인되는 깜짝쇼로 귀결됐기 때문. 이처럼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면서 일부 언론에선 김종호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보도했다 뒤늦게 수정하는 일도 있었다.

최근 경선포기를 전제로 한 대표냐 아니냐로 설왕설래되는 가운데 가장 먼저, 그리고 꾸준히 1순위로 떠올랐던 인물은 이한동고문. 그러나 이고문이 경선포기가 전제가 된 대표는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지난 10일경부터는 민주계인 최형우고문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했고또다른 민주계인 서석재의원의 뒤늦은 전언이긴 하지만 사실상 이때쯤 최고문이 내정된 것으로알려졌다.

하지만 최고문이 뇌졸중으로 11일 쓰러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12일 오전부터는 재차 이고문에게시선이 집중. 때마침 청와대로부터'경선포기'란 고리를 풀어주는 소리도 나왔다.기정사실화된 이고문카드는 그러나 이날 저녁 뜬금없이 김종호대표설이 나돌면서 오리무중 상태로 접어들었다. 저녁 6시30분경 청와대 강인섭정무수석이 "당사자에게 통보했고 당에서 취재해보면 알수 있을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반전이 거듭된 것. 김의원의 경우낮부터 한동안 잠적했다는 것이 그 주요 근거였을 뿐이었다.

이어 민주계 당직자들 조차 누가 대표냐를 두고 혼란한 흐름이 이어졌다.

이중에서도 뒤늦게 물망에 오른 이회창고문이 연락두절 상태로 밤늦게까지 귀가하지 않은 점이짚여졌고 결국 대표 내정자는 이고문인 것으로 최종귀결. 이고문은 인천,수원보궐선거가 신한국당의 패배로 끝난 지난 6일 청와대로 들어가 김영삼대통령으로부터 대표 임명에 따른 의사타진을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고문은 그러나 이날 밤 늦게 집으로 귀가하면서도 "나는 아니다"고 끝내 시치미.이고문카드가 이처럼 철저히 가려질 수 있었던 데는 집권층인 민주계로부터 가장 강력한'비토세력'이었다는 점이 한 몫했다. 민주계 한의원이 이고문의 대표내정을"믿기지 않는 일"이라고 한데서도 이점은 잘 드러난다.

게다가 김대통령도 이고문에 대해 그다지 호감을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측면도 감안됐다.김대통령과 이고문의 그간 관계를 보면 오히려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 더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김영삼정부 초기에 감사원장, 국무총리 등으로'복무'한 이고문은 감사원장 당시 율곡사업 비리를 조사하면서 전직대통령까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 1차 마찰을 빚은데 이어 총리재직시는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 운영문제를 두고 청와대측과 정면으로 대결해 총리직을 사퇴하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이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를 감사원장, 총리에 이어 선거대책위원장,당고문 등으로 중요 고비때마다중용해온 점은 곱씹어 볼 대목이지만 당주위에서는 이런 상황판단들로 인해현 시점에서 분명 '특혜'라고 까지 할 대표직을 그에게 제의했으리라고는거의 염두에두지 않았다.

한편 '이회창대표'에 대해 박찬종고문은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았다"고 말했으나 한 측근은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모르는 일 아니냐"고 적지 않은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이한동고문측 또한 "누구에게는 경선포기를 종용하고 누구에게는 경선포기를 종용하지 않느냐"고 따졌다.〈裵洪珞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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