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문화도시인가

문화명소가 필요하다는 지역 미술계 여론에 힘입어 지난 91년 중구청 특수시책사업으로 대구 유일의 '문화거리'로 지정된 봉산문화거리.

대구학원 입구에서 봉산동사무소 인근까지 6백여m의 도로 양측에 20여개의 상업화랑과 고미술품매매업소, 표구점등 60여개소의 미술관련업소가 밀집, 연평균 2백여건의 미술관련 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나 문화거리 지정 7년째를 맞고도 여전히 시민들의 관심으로부터 고립된 도심속 '문화 섬'이다.

서울 인사동이나 대학로가 '서울만의 거리'가 아닌 '전국적인 거리'로 특성화된 것과 달리 봉산문화거리는 대구시를 비롯한 관련기관의 관심 부족과 문화외적인 기반시설 미비로 문화거리의 기능을 해내기엔 역부족이다.

한해동안 문화거리에 대한 예산지원은 봉산미술제 개최를 위한 1천만원. 시에서 지급하는 문예진흥기금 5백만원과 중구청에서 지급하는 5백만원이 전부로 이마저 첫 미술제가 개최된 93년이후변동이 없다. 93년의 경우 시에서 1천만원을 전액 지원했으나 이후 5백만원은 중구청 책임으로떠맡겨졌다.

지난해 10월 열린 제4회 봉산미술제. 팸플릿 제작비용만 7백여만원이 든데다 2천만원으로 행사를강행, 주최측이 빚까지 지고 있는 형편이다.

봉산문화거리 운영위원장 손동환씨(동원화랑 대표)는 "화랑미술제 성격을 띤 봉산미술제를 제대로 개최키 위해선 5천만~6천만원의 금액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술제를 중구에 국한된행사가 아니라 대구시 전체의 대표적 행사라고 생각할 수 있는 시 당국의 인식전환이 아쉽다"고털어놓는다.

대구에 하나뿐인 대표적 미술축제에 정작 '문화시장'도 참석지 않는다. 지자제 실시전엔 시장이직접 참석, 행사의 격을 높이고 화랑들을 격려키도 했으나 이젠 옛말이 됐다.

미술제에 대한 관심부족도 여전하다. 지난 6일 대구시의회 문사위 박흥식의원의 시정질의에서 시는 올해 미술제에도 5백만원의 예산이 책정돼있으며 "지원확대는 추경예산에 반영해보겠다"고 밝힌바 있으나 증액여부는 불투명하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문화거리는 대구·유신학원등 인근 입시학원가와 뒤섞여 차별성을 띠지 못하고 있으며 도로 양쪽에 즐비하게 늘어선 주차 차량들은 화랑들의 출입구를 가로막고 아예 보행마저 어렵게 한다.

화랑 관계자들은 "문화거리에 차가 다니지 않는 날은 미술제 개막식 당일뿐"이라며 "차없는 거리로 지정하거나 최소한 일방통행로로 전환해줄 것"을 숙원한다. 주말 차량통제를 요구한 인사전통문화보존회의 요구에 서울시와 종로구청이 적극 합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술시장 장기불황으로 가뜩이나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팽팽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작가들의 창작열을 소화해주기엔 벅찬 봉산문화거리. '문화거리'로 지정만 된 채 시민도 시장도 찾지않는 거리.

'거리'는 있으나 '문화'는 없다.

〈金辰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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