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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근의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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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어리 살어리랏다"

관광지라면 어디든 산과 물이 엉망으로 되어 있지만 사람의 발길이 뜸한 산중에 들어 가보면 아직도 여전히 우리 산천은 싱싱하고 풋풋하다. 사람이 밟지 않은 산천의 한 여름이 살아 숨을 쉬며 어느 것이든 하늘과 땅을 향해 살어리 살어리랏다고 뻗치는 듯 하다.

여름은 인간만 제하고 온갖 생물들이 크고 장하다는 섭리를 보여준다. 여름의 우렁찬 산천은 인간이 얼마나 좀스럽고 너절한가를 꿰비추어준다. 이처럼 자연은 인간을 돌이켜 보게 한다.여름을 '바캉스시즌'으로 여기고 호들갑만 떨어서야 되겠는가. 먹고 놀자판으로 여름 한 철을 보내서야 되겠는가. 강산에 나가 쉴틈을 마련해 잊어버리고 살았던 자신을 한번 돌이켜 본다면 여름 산하는 가장 훌륭한 선생이 되어 그대는 어질고 바르게 살았느냐고 물을 것이다. 왜냐하면 무성한 여름 앞에서 찌들리고 쪼들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휴가나 여행을 간다는 것은 놀러가는 것만은 아니다. 쉬러가는 것은 자신을 잊어버리려고 쉬는것이 아니라 잊었던 자신을 다시 찾기위한 순간이다. 일할 때는 자신을 잊어버리고 일에 파묻히게 되지만 쉴 때만큼은 자신을 돌이켜 보고 앞을 내다 볼수 있는 기회를 얻어낼 수 있다.우리 모두 인생을 부끄럽게 운영하고 있음을 여름 산천 앞에 고백했으면 한다. 여름 냇가에 앉아맑은 물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 보고 나는 깨끗하게 살고 있는지 자문해 보았으면 한다. 그리고여름 자연앞에 서서 우리 모두 세상이 썩은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썩어 세상이 그렇게 된 것이라고 자백했으면 한다. 이렇게만 한다면 올 여름 휴가철은 미래를 성취할 수 있는 힘을 재충전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관찰만 하고 성찰을 게을리하면 누구든 가볍고 무모한 삶을 도모하게 마련이다. 관찰은 나의 밖(外)을 살피는 마음이고 성찰은 나의 속(內)을 살피는 마음이다. 마음을 곧고 바르게 하자면 사물을 뒤에 살피고 먼저 자신을 살피는 것이 신독(愼獨)이다. 홀로 있을 때일수록 삼가라. 이것이 신독이란 성찰이다. 자신에게 관대하고 남에게 엄격한 사람은 위선적인 인간이다. 똥 묻은 개가 겨묻은 개를 흉본다는 속담이 그런 위선적인 인간 때문에 생겨났다. 올 여름 쉬러 가서 자연 앞에자신을 깨끗이 빨아 찾았으면 한다. 우리가 그렇게만 한다면 살기 편한 세상을 마련해 살어리 살어리랏다고 노래하리라.

〈한양대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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