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 어선 연쇄나포 정부입장

"일측 '직선기선' 불인정 고수"

일본이 4척의 한국어선을 나포한데 이어 8일 다시 대양호를 직선기선에 의한 영해침범 혐의로 나포, 한일간에 외교적 파문이 일고 있다.

대양호의 나포는 지난달 8일부터 1주일 사이에 나포됐던 오대호, 909 대동호, 302 수덕호, 58 덕용호 등에 이어 5번째.

특히 이번 사건은 일부 선원들이 일해상보안청 관계자들로 부터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일본이 우리 어선을 연쇄적으로 '영해침범'으로 나포한 것은 어업협정개정을 조속히 마무리짓기 위한 일종의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어업협정 개정교섭이 난항을 거듭하자 '7월 20일까지 협정이 개정되지 않으면 협정파기도불사한다'는 방침을 언론에 흘리며 대한(對韓)압박을 계속해 왔다.

통상기선영해를 직선기선영해로 바꾼 새 영해법을 올해초 부터 시행해오면서도 한국어선에 대한나포를 유보해오다 6월부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물론 일본측은 대양호가 영해침범에 앞서 현행 어업협정상 니가타 해상에서는 조업할 수 없는 트롤어선으로 불법조업을 했다는 이유를 나포의 명분으로 들고 나올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처벌권은 한국에 있다는 게 외무부측 설명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일본측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직선기선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나갈방침이다.

일본은 직선기선 설정과정에서 한국과 아무런 협의가 없었던 만큼 상대국과의 협의를 의무화하고있는 한일어업협정 1조1항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이는 10여개의 기점이 국제법적으로 통용되고있는 조건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

정부가 오대호등 지난달 나포됐다 석방된 어선들이 낸 벌금을 배상해주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도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도 과거 한국이 설정한 평화선(일명 이승만라인)을 침범해 나포됐다 풀려난 자국 선박의 벌금을 배상해준 전례가 있다는 게 외무부측 설명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8일 주한일본공사를 외무부로 불러 △직선기선을 인정할 수 없으며 △대양호선원 및 선박을 즉각 석방하고 △직선기선문제에 대한 양측간 합의시까지 나포를 중지해달라고요청했다.

동시에 일본해상보안청 관계자들의 가혹행위에 대한 해명과 책임자 처벌등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정부는 국민감정이 격앙되고 있는 점을 감안, 선원들의 석방등 일본측의 성의있는 조치가 있기전까지는 어업협정 교섭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업협정 개정에 있어 급한 쪽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어선의 나포로 양국간 긴장이 조성되는 것은 일본측이 바라는 어업협정의 조기교섭을어렵게 할 수 있는 만큼 현명한 처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 나갈 계획이다.

이같은 입장은 이미 지난 1일 홍콩에서 열린 한일외무장관회담에서 전달된 바 있다.문제는 대양호 나포사건이 이같은 한국의 입장전달후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외무부 일각에서는 일본이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강경대응 방침을 정한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양국간에는 어업문제를 놓고 외교적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정부는 그러나 일본이 극단적인 경우까지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지않고 이에 신중하게 대응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일본의 직선기선 영해에 대해 정부가 과민하게 대응하는 것 자체가 배타적 경제수역(EEZ) 설정및 어업협정 개정작업을 서둘러야 하는 일본의 의도를 부각시킬 수 있기때문.

정부는 선원에 대한 가혹행위문제에 대해서는 인권적 차원에서 분명하게 해명을 요구하면서 어업협정 개정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실리를 찾을 수 있도록 냉정하게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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