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아파트 재건축 시공업체 선정과정에서 지역 주택건설업체들이나 금융권이 보인 여러가지 행태는 '지역 경제계의 허약성'을 단적으로 증명해준 사건이었다.
국내 굴지의 대재벌 기업들과 당초부터 맞수 경쟁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민들에게는 큰 업체로 인식돼온 지역 업체들의 대응은 아무리 양보해도 너무 약했다.
서울업체 직원들은 "대구업체들의 명성을 알고 있었고 지역 정서도 있기 때문에 고전을 예상했으나 지역업체들의 대처능력이 의외로 약해 쉬운 싸움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였다.지역업체들은 7개회사나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인원동원, 주민접촉등에서 훨씬 유리한 입장에 서 있었지만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조직력은 아예 게임 자체가 되지 않았다. 서울업체들은 차출된 인원이 제몫 이상을 해냈지만 지역업체들은 숫자도 모자랐고 대처능력도 뒤떨어졌다.
지역업체들의 대처능력부족보다 더 문제인 것은 양대 금융기관인 대구, 대동은행의 태도였다. 지역업체들이 세불리를 느끼고 은행들의 양해를 얻어 '지역업체가 황금아파트 재건축을 수주하면적극적인 금융지원을 할 것'이라는 광고를 조간신문에 실었다.
그러나 서울건설업체들의 대구지사 간부(부, 차장급)들이 불공정행위라며 그룹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강력 항의하자 '은행내부에서도 문제가 제기돼 석간에는 안싣기로 했다'며 아예 석간신문광고에는 자신들의 이름을 빼버렸다.
서울업체들은 주민들에게 '지역업체들이 허위 날조 광고를 했다'고 적극 홍보했고 이것이 지역업체들의 도덕성에 큰 먹칠을 하게 됐고 역전의 기회를 완전히 뺏기는 계기로 작용했다.물론 서울업체들의 무례도 비난받아야 한다. 은행장에게 '중앙지를 동원한 반박기사 게재' 운운하며 항의한 것은 지역경제계를 무시하는 처사에 다름아니다.
그러나 기업체 중간 간부직원들의 항의에 양해해준 광고까지 철회하는 은행이나 지역건설업체들의 대처는 지역경제의 한계를 증명한 셈이다.
〈崔正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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