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스포츠신문을 펼쳐 보았다. 요즘 만화가들이 자신들의 표현의 자유를 심하게 구속한다고 해서 이에 저항하는 뜻으로 절필선언을 해서인지 만화는 별로 볼 수 없었고 대신 이상한 광고가 큼지막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 광고에는 외로움을 전화로 달래보라는 달콤한 유혹과 함께 여성은 비용이 무료라고 되어 있었다. 상상을 해보니 대략 짐작이 갈만 했다. 이런 전화를 통해 불륜과 가정파괴가 이뤄진다는 모방송프로그램의 심층보도가 생각났다. 생면부지의 남녀가 전화로 음어(淫語)를 주고받고 나아가더욱 은밀한 만남을 획책하는 오늘의 도덕불감증을 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득 8월의 밤하늘을 수놓는 애틋한 남녀한쌍의 사연이 생각난다.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번 안타까운 만남을 이루는 칠월칠석(8월9일). 이날은 사랑하는 이를 변함없이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우리고유의 '발렌타인데이'다.
전화와 팩스가 판을 치는 이 세상에 은근한 만남이 갖는 의미는 참으로 중요하다. 연인끼리 기분좋으면 전화로 할말 못할말 다하고 화나면 전화기가 깨지게 내동댕이 쳐지는 세상. 너나 할 것없이 이동전화를 통해 길거리에서 자신들만의 귀하게 다뤄져야 할 사연이 함부로 전해지는 세상이다.
이런 삭막한 세상에 8월 한달만이라도 견우와 직녀를 생각하며 편지를 써보라는 권유를 하고 싶다. 편지는 기다리는 멋이 있다. 보물찾기라도 하듯 보낸 이의 다정한 마음이 녹아있는 편지를 뜯을때의 설레임. 광고물이 온통 편지함을 차지하는 요즘 세상에 연인이든 신혼부부든 쉰(?)부부든가리지 않고 우리의 발렌타인데이를 즐기는 멋스러움과 한가로움을 권해본다. 8월에는 편지를 쓰자, 사랑하는 임에게….
〈경인제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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