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서 제작 '앉은뱅이 꽃' 시사회

"아직은 '키작은' 대구영화" 대구에서 제작된 앉은뱅이 꽃 이 완성돼 지난 12일 처음으로 관계자 시사회에서 소개됐다.이날 자리에는 극장관계자 몇몇과 출연자 등 50여명이 참석해 영화를 지켜봤다. 기획자와 제작자감독뿐 아니라 보도진들도 영화에 첫 출연한 지역연기자들처럼 모두 두근 거리는 가슴이었다. 40여년만에 제작되는 대구영화, 대구자본 영화인 것이다.

앉은뱅이 꽃 은 발가락 시인 으로 잘 알려진 이흥렬시인(37)의 인생역정과 사랑, 그리고 극복의이야기다.

두살때 찾아온 후천성 뇌성마비.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왼쪽 발가락이다.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 놀 때 그는 아픔과 고통으로 울며 컴컴한 방을 지켜야 했다. 18세에는 두번씩이나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바둑을 배워 아마 1단 수준까지 이르지만 발로 두는 바둑이 더러운 발로신성한 바둑판을 더럽힌다 는 바둑계의 배척으로 오히려 큰 상처를 입게 된다.서른이 넘은 흥렬은 재활원을 찾게되고 여기서 자원봉사자인 숙향과 만나게 된다. 흥렬은 어머니와 숙향의 도움으로 희망을 찾게되고 뜻대로 움직여주는 왼쪽 발가락을 통해 시를 쓰게된다.영화 앉은뱅이 꽃 은 지난해 6월 시나리오작업에 들어가 1년여 만에 완성을 본 작품이다. 그동안 지역영화라는 특수성을 살려 지역에서 활동중인 연극인들과 가수, 방송인들을 출연시키고 20여명의 신인배우를 발굴하는 등 화제를 모았었다. 영화의 불모지인 대구경북에서 만들어지는 만큼 지역민들의 관심도 높았다.

이 영화의 기획의도는 두가지다. 이시인의 인간승리를 통해 4백만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준다는것과 지역영화산업을 활성화시킨다는 것. 상업성에만 급급한 오락물과 폭력물을 정면으로 거부한이러한 기획은 모험이고 순수한 기획의도처럼 영화의 완성도는 설익었다. 직설적인 화법과 단선적인 구성, 시간의 경과를 쫓는 우직한 상황전개, 곳곳에서 나타나는 기술적인 아쉬움등.이흥렬시인의 인간승리라는 당초의 목적은 완성된듯하다. 이경심과 홍경인의 연기도 기대이상이었고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배경이 남다른 애정으로 다가온다. 35mm 극영화에서 달성공원과 신천변을 보는 것은 감회가 새롭다.

그러나 역시 이 영화의 가치는 완성도를 떠나 드디어 지역자본으로 영화를 한편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40여년의 간격은 돈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노하우와 영화인력의 축적. 우리 여건,앉은뱅이 꽃 의 여건에선 없던 것이다. 그럼에도 5억원이나 들여 뛰어든 제작사(백운프로덕션)의우직한 용기에는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40여년만에 만들어진 앉은뱅이 꽃 은 아직 키가많이작다. 제2탄이 기다려진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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