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가장 잘 거두는 과세의 기술은 최대한 많은 양의 깃털을 오리로부터 뜯어내면서도 오리 가 꽥꽥거리지 않게 하는데 있다'는 말대로 위정자는 최대한 잡음없이 많은 세금을 거두려하고 국민들은 최대한 깃털을 덜 뜯기려는 오리입장이 되는게 세금의 생리다.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도 농노(農奴)를 해방시켜줄만큼 백성을 사랑했던 여왕이었으나 그녀 역 시 농민들이 면세 진정서를 들고 왔을때만은 심기가 언짢았다.
여왕은 선대 표트르 대제(大帝)때는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처했던지를 알아 본 결과 "내 ××나 떼어가라"며 화를 냈다는 사실이 판명됐다.
다음날 여왕은 진정서를 낸 농민을 불러 그런 옛 고사(故事)를 얘기해주고 나서 "짐에게는 '그것' 조차 없다"고 소리쳐 내쫓았다는 얘기가 있다.
우리 문민정부가 예카테리나 2세의 심기를 닮아가는 것 같다.
내년예산을 75조 5천8백억원으로 편성하겠다며 14년만의 초긴축 예산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국민들 살림형편이야 어찌되건 최대한 깃털을 더 많이 뽑아야겠다는 속셈이 담 겨 있다.
긴축이란 말이 얼른 듣기엔 국민 호주머니를 생각해주는 말인 듯하지만 사실은 경제실정(失政)으 로 인한 세입증가율 둔화가 긴축예산을 짜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말이 긴축(5.8%%)이지 올해만도 3조5천억원이나 세수입이 줄어든 마당에 내년 역시 세수 증가율 을 2.3%% 정도로 예측할때 3.5%% 안팎의 결손부분을 모조리 세금을 더 거둬서 충당해야 한다. 실업과 부도와 불경기로 금세 숨이 넘어갈 지경인데 재경원은 벌써부터 과세증가의 신호탄으로 대학납입금과 철도요금, 수도요금, 등유.경유등을 5~50%%씩이나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의료보험수가, 전화요금, 우편료까지 줄줄이 오를 거란 말도 거침없이 한다. 깃털을 뽑히는 정도가 아니라 살갗까지 뜯길지 모르겠다는 불안과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솔직히 오리가 털을 뽑혀도 뽑아간 털을 제대로 아깝잖게 쓰면 살갗이 따가워도 참을수나 있겠는 데, 예산집행 행태를 보면 단 한개의 깃털도 내주기가 아깝다는 반심(反心)이 생긴다. 백원을 벌면 35.8원이나 세금으로 내는 우리가 비슷한 경쟁국인 싱가포르(14.4%%)나 홍콩 (18%%)과 비교할때 턱없이 많은 깃털을 뽑히는 것 아니냐는 상대적 불만 때문만은 아니다. 혈세 가 부질없이 낭비되기 때문이다.
나라 살림꼴을 한번 돌아보자.
고속철은 부실시공과 졸속추진, 공정지연으로 6조8천억원이란 천문학적 뭉칫돈을 흔적없이 녹여 버렸다.
고속철뿐만 아니다. 선거공약등 정치논리로 무작정 손댔다가 사업지연으로 예산을 허비하고있는 현장들은 도처에 널려있다.
율곡비리 주범들이 조종사들의 F18도입건의를 묵살, 번복하고 끌어다온 명색 차세대기라는 F16은 6백40억원의 혈세를 허공에다 재로 뿌렸다.
털 뽑힌게 아깝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안들 수 없는 이유들은 그런것뿐 아니다. 말로는 예산이 75 조라지만 실제 국회나 국무회의 의결도 안거치고 쓸 수 있는 특별회계와 기금까지 포함하면 1백 60조가 넘는다.
그 돈들이 과연 다 제대로 쓸곳에 쓰여지고 써야할 시기에 쓰여지는지 털 뽑힌 오리들은 알 수 없게돼 있는 예산제도도 마찬가지다.
허튼곳에 낭비되고 실기(失機)해서 날아가는 세금을 절반에 절반만 챙겨줄 수 있는 정부와 정권 이 있어도 괜찮다. 국민들이 아무리 푼돈 아끼고 허리 졸라매봤자 뭉칫돈이 펑펑 날아가는 한 공 동체의식은 생겨날 수가 없다.
신한국당과 YS정부에 면세진정서를 들고간다면 뭐라고 할까. '××나 떼가라'며 호통칠까, 아니, 어쩌면 국정능력을 볼 때 "'그것'도 없다"고 할 것같은 문민정권이다. 깃털을 뽑되 꽥꽥거릴게 없 도록 뽑아가라. 그것이 긴축예산안을 바라보는 오리들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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