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신자유주의와 한국경제

경제가 어렵다고들 야단이다. 늘 듣던 이야기지만 사업하는 사람이나 서민이나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지난번 추석경기가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언론은 취업대란을 대서특필하고있고 대량 정리해고에 맞선 기아자동차 노조원들은 파업을 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는 늘어만가고 대미·대일 무역역조는 커져만 간다. 한국경제는 정말 위기인가.

자본주의 체제는 필연적으로 위기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순환적 위기요, 다른 하나는 구조적 위기다. 순환적 위기의 극복은 생산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과학기술 혁명 같은 것으로 극복해 오고 있지만 구조적 위기는 노동에 대한 통제 전략을 통하여 넘어서려고 한다. 세계 자본주의체제는 끊임없이 생존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해 왔고 어느정도 성공하고 있다. 하나는 자본축적전략의 패러다임을 유연적 형태로 바꾸는 시도를 통하여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다른 하나는 재정지출을 과다하게 만드는 복지국가모델을 포기하고 있다. 더구나 사회주의국가의 몰락 이후에 초국적 자본이 지배하는 전일적 자본주의 체제로 그 성격을 굳힘으로써 전세계를 무대로 무한 경쟁의 법칙 속에 경쟁력 없는 자본을 흡수합병하고 노동자들에게는 자본합리화 전략으로 꼼짝 못하게 묶어 두려고 한다.

한국 자본주의 경제는 이러한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신자유주의 전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라는 거대한 시장의 무한경쟁 논리속에서 한국 경제가 살아남는 길은 자본합리화를 통한 체질개선과 노동자에 대한 통제밖에는 없다. 이른바 30대 재벌에 속하는 몇몇재벌이 부도나고 정리되는 것도 바로 세계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못 견딘 한국 재벌기업의 말로인 것이다.

우리나라 독점재벌은 세계 자본과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성장했다기보다는 국가의 특혜나 부동산투기같은 비합리적 부의 축적, 무계획적 과대투자 등으로 방만한 경영을 해왔기 때문에 세계 자본주의의 시장개방의 압력과 무한경쟁속에서 견딜수 있는 체질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앞으로 더욱 세계체제로서의 신자유주의의 공세는 거세어지고 국경을 넘어서서 시장 쟁탈이 치열해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한국 자본의 심각한 재편과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개별기업이나 재벌을 살리는 차원의 문제해결방식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자본의 논리에 맡기는 길밖에 없다. 문제는 기업이 망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존권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한국 경제의 딜레마가 있다. 자본합리화는 경쟁력 있는 자본만 살아남게 할뿐만아니라 노동자 전체를 궁지에 몰아넣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파업때 유보된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 같은 법제도는 필연적으로 노동자의 대량해고를 촉발시키고 이것은 심각한 고용불안을 일으킨다. 이것 역시 신자유주의의 노동자에 대한 공세인 것이다.

한국 경제의 살길은 무엇인가.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경쟁력 있는 독점재벌을 더 키우는 결과를 가져오며 망하는 중소기업과 자본합리화에 의해 희생된 노동자들은 생존투쟁을 통하여 한국 경제를 더욱 위기로 몰고 갈 것이다. 그리고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면서 더욱 노동자에 대한 통제를 다양한 방식으로강화시켜 나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 아니고 근본적 파국을 자초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오히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노동자와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궁극적 목표를 설정하고 독점재벌 중심의 경제 체제를 획기적으로 뜯어고치는 경제대개혁을 단행하는 것이세계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의 공세로부터 한국 경제를 보호하고 자생력을 갖게 하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오세철(연세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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