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후보들에 바란다

'미디어 선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제15대 대통령 선거. 여기에 투영된 각 후보들의 지금까지의선거운동 행태는 어떠했을까. 또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을 어떻게 차별화해 투표행위에까지 이를것인가. 본사 대선보도 자문단은 17일 좌담회를 갖고 불과 1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과 관련, 중간 결산을 갖는 자리를 마련했다. 자문단은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후보들이 집중 검증받은 선거양상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하면서도 유권자들이 후보들을 좀 더 정책적인 면에서 차별화해 낼 수있는 정책토론과 '따져 묻는'기획으로 진행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또 후보자들 또한 좋은게 좋다는 식이 아닌, '이런 점에서 다른 후보의 정책과는 다르다'는 점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줄 것을 주문했다.

▲사회자=불과 3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큰 흐름은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후보등 3각구도로 정립된 느낌입니다만 정작 유권자들은 그 선택을 두고 고민이 적지않은 모습입니다. 지역연고 후보가 없고 모두가 하나씩의 대표되는 결점이있는데다 보수색을 띠고 있어 정책적으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김승희=될수 있으면 많은 표를 얻으려고 하는 후보 입장으로선 그 점을 정책선택의 기준으로삼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서로 닮은 정책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지요. 후보자들에게 그 실천을 요구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어요.

▲이정옥=지역 대학생들을 상대로 후보들의 이미지 조사를 해보면 김대중-전라도, 이회창-병역문제, 이인제-경선불복등으로 그 반응을 보여요. 하지만 정책쪽에선 학생들도 차별화를 못해 냅니다.

▲최명주=우리의 일천한 정당사도 정책위주의 차별화를 어렵게 만듭니다. 정당이란 소속당원들간이념을 같이하는 결사체지만 선거때만 되면 이와 무관한 이합집산이 판을 치고 있지 않습니까.

▲김선호=각 후보마다 포진한 정책팀의 가장 중요한 일중 하나가 타후보의 정책 정보를 빼내는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도 토론회에서 느꼈지만 일례로 실업문제 해결을 두고 이인제씨가 1백만명의 고용창출을 주장하니까 이회창씨는 3백만명 하겠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한 관계자는 지금은정책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어서 이미 정책개발은 중단했다고도 해요.

▲우동기=과거엔 집권당이 정보를 독점, 정책의 비교우위를 차지한 점도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야당도 국책연구기관등으로 부터 여당과 마찬가지로 정보제공을 받고 신한국당의 여의도연구소도이인제씨가 탈당하면서 두쪽으로 나눠졌잖습니까. 차별성이 있으려면 DJ쪽인데 스스로도 '우경화'란 표현을 썼듯이 타후보들과 차별화되는 대목을 발견하기 어려워요.

▲사회자=결국 누군가가 차별화를 이끌어내 유권자의 최종선택에 도움을 주는 방법론상의 논의가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요.

▲김승희=그렇습니다. 이처럼 후보들의 인기 영합적 정책지향은 결국 21세기라는 격변의 시대를맞는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할 뿐이지요.

▲이정옥=후보초청 TV토론회에서 전화나 팩스등으로 보내는 시청자들의 내용을 보면 언론매체가보도한 것을 갖고 국민들이 다시 질문하는 경우가 대다숩니다. 역시 국민을 깨어나게 해야 후보자들도 계몽될 것같아요. 이런 관점에서 유권자들이 좀 더 명확한 판단이 가능하도록 서로 갈등적인 현안들을 뽑아내 문답으로 전문가와 함께 심층 해부하는 기획들이 마련돼야 합니다.

▲최명주=후보들에게 가장 중요한 정책들 순으로 우선순위를 들게하고 그 구체적 실천방안들을검증하는 것도 좋겠어요. 가령 위천단지조성문제는 우리 지역 현안일 수는 있어도 지역민들 모두에게 피부로 직접 와 닿는 문제는 아니지요. 이런것 보다는 내각제등 각 후보가 내걸고 있는 큰테마들을 부각시켜 이 부분을 더욱 명시적으로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하는 방안등도 고려할수 있어요. 또 후보 주변 인맥은 어떻게 이뤄져 있고 이런 이들에게 향후 5년간 이 나라를 맡겨도 좋을 것인가하는 점도 검증돼야 합니다.

▲우동기=금융개혁, 의료개혁, 사법개혁등 현 정권의 개혁정책에 대해 평가하고 이의 승계내지 보완, 폐지등의 여부를 후보들에게 들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추진한 이같은 정책들이 나름대로 의미가 적지 않은데도 지금 후보들은 YS가 주도한 정책을 지지하는 것은도움이 안된다는 식입니다. 금융실명제를 두고 세후보 모두가 보완쪽으로 밝히고 있는것도 결국은 일반의 기류를 탐색한 끝에 나온 것으로 보여요.

▲이정옥=이 때문에 가령 노동법개정 당시 노동개혁위원회(노개위)안이 그대로 관철되지 못한 과정등 상황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고 후보들을 공박해 검증하는 방법등이 동원돼야 합니다.

▲김선호=후보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는 가운데 유권자 스스로도 이번 대선의 의미를 숙고하면서 최종 후보선택까지 내가 생각하는 조국을 이끌 지도자가 누군지, 그리고 지금의 우리와다음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인지를 끊임없이 자문자답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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