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보비리 확정판결

올해초부터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몰고온 한보비리사건이 26일 대법원 확정판결로1년만에 사법적 심판을 매듭지었다.

문민정부 최대비리로 평가되는 이번 사건은 올 1월말 시작된 1차수사때부터 국정공백을 초래할정도로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야기시켰고, 특히 재수사와 김현철(金賢哲)씨 비리사건, 그리고 공판과정으로 이어지면서 국민적 최대관심사로 부각됐었다.

대법원은 1,2심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이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정경유착과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극명하게 드러내면서 경제·사회적 혼란을 야기시킨 점을 감안, 피고인 6명의 상고를 모두기각하고 원심이 내린 중형을 그대로 확정시켰다.

대법원은 특히 뇌물죄로 의율된 권노갑(權魯甲)의원등 국회의원들의 '항변'에 대해 비교적 상세한판단을 열거하면서 '포괄적 뇌물죄'를 인정함으로써 정치인의 무분별한 자금수수에 대한 뇌물죄처벌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재판부는 전체적·포괄적 대가관계를 뇌물죄의 성립요건으로 규정, '포괄적 뇌물죄'를 인정한 것에서 더 나아가 "국회의원이 일정사안에 있어 다른 동료의원에게 작용해 설득·권유하는 행위와관련해 돈을 받은 행위도 뇌물죄가 성립된다"고 판시했다.

이는 권의원과 같이 비록 소속상임위가 한보와 관련없는 국방위나 행정위등이라도 한보측에 유·불리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서 돈을 받았다면 당장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로서 음성적 정치자금 수수행위에 대한 법망(法網)을 훨씬 좁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그러나 이같은 사법적 단죄는 정경유착의 부패고리에 쐐기를 박는 '성과'를 거뒀던 반면 한보사건의 본류인 특혜대출 비리를 속시원히 밝혀줄 '몸통'은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은채 끝내 미궁속에빠져든 점등 검찰수사와 공판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른바 '한보리스트' 혹은 '정태수리스트'에 거명된 국회의원들은 기소된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뇌물죄가 명백히 인정되면서도 이제는 완전히 '면죄부'를 부여받게됐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있다.

이번 판결로 징역6년∼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형이 확정된 홍인길(洪仁吉)·권노갑·정재철(鄭在哲)·황병태(黃秉泰)의원과 선거법 위반으로 1천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된 김화남(金和男)의원 등무려 5명의 현역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게 돼 내년초 보궐선거가 예상된다.

현행 선거법과 의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일반범죄로는 집행유예 이상의 유죄판결을, 선거법 위반으로는 벌금 1백만원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이 자동상실되고 90일이내에 보궐선거를실시토록 돼있다.

이중 전국구의원인 권·정의원은 전국구 예비후보가 자동으로 의원직을 승계받게 되고 지역구의원인 홍·황의원은 선거구인 부산 서구와 경북 예천·문경, 그리고 김화남의원의 선거구인 경북의성에서는 늦어도 내년 3월26일전 보궐선거가 실시된다.

한편 이번 선고를 정치권 일각에서 홍·권의원의 조기 석방이 추진됐던 것으로 알려져 이들 의원의 형이 확정될 경우 향후 형집행정지나 사면을 통한 석방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특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당선자의 '오른팔'로 분류되고 있는 권의원의 경우 취임후 석방을 추진하게 되면 김당선자에게 부담이 되는 만큼 현정부가 짐을 덜어줄 것이라는 관측등 갖가지 설이분분하다.

법조계에서는 두 의원의 경우 건강악화로 사면보다는 형집행정지를 통한 석방이 이뤄질 것이라는관측이 우세하나 여론의 추이를 감안, 내년 2월 김대중대통령당선자의 취임시 단행될 대규모 사면에 포함, 정치활동을 재개토록 한다는 차원에서 사면쪽이 될 것으로 보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그러나 형집행정지 석방을 내릴 경우라도 어차피 김당선자는 내년 2월 취임시 이들에 대한 사면및 복권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 어차피 이들의 정치활동 재개는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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