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운사에 '산신령'호랑이 눈빛 '번뜩'

고운사(孤雲寺)엔 호랑이가 산다. 경북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에 자리한 명찰(名刹)고운사(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孤雲) 최치원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간단한 법회및 공양장소로 쓰이는 누각식건물 우화루(羽化樓) 우측 외벽면엔 민화풍의 조선 호랑이 한마리가 오롯이 웅크리고 있다. 이 호랑이가 예사롭지 않다.

푸른 바탕의 벽화속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황톳빛 몸체 위로 절묘하게 쳐진붉은 줄무늬가 절집을 둘러싼 송림과 조화를 이룬 것도 일품이지만, 금방이라도 들릴 듯한 나지막한 포효와 보는 이의 시선을 쫓는 호랑이의 눈매가 더욱 매섭다.약사전을 막 돌아나와 쳐다보면 보는 이를 뚫어지라 응시하는 것 같고 반대편인 우화루 아랫목에서 봐도 호랑이는 사람의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다.

중생의 나쁜 마음을 깃털처럼 날려 버리려는 산신(山神)의 변신일까. 그래서 이 벽화는 사방을 살피는 '살아있는 호랑이'로 신도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사찰내 극락전의 신장(神將) 그림과 함께 같은 이의 작품으로 보이지만, 한 스님은"나쁜 기운으로부터 절과 수행자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1백50여년전쯤 당시 고운사에 있던 스님이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예부터 호랑이는 불가에서 산신과 동일시되며 불교의 진리를 보호하는 호법신중(護法神衆)이자 효(孝)와 은혜를 아는 영물.

무인년(戊寅年) 원단. 우리 마음에도 소박한 희망과 기원을 담고 한치의 흐트러짐조차 저어하는 호랑이들이 산다.

〈金辰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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