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국민회의의 한다 하는 실세들은 요즘 "YS와 거꾸로만 하라"는 처세훈을 가슴깊이 새기고있는 모양이다. 고려태조 왕건(王建)의 훈요십조(訓要十條)도 아니요, 간단명료하게 단 일조뿐이니얼마나 명심하기 좋고 실천에 옮기기 수월한가.
국회의원인 차기 대통령당선자의 맏아들은 입원해 있는 병실에 돈 싸들고 오는 사람들을 피하기위해 조기퇴원을 하고 이름 석자만 대면 알만한 실세 한 사람은 소리 소문없이 집 전화번호를 바꿔버렸다.
그뿐인가. 새벽 1시가 넘도록 밑도 끝도 없이 "형님. 나 아무개요"하고 시작하는 전화에 시달리는의원, 매일 아침 파출소로부터 문안을 받아야 하는 의원등등 아무튼 억지춘향들이 도처에 넘쳐난다.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를 참작하면 차기정권 출범 1년까지는 최소한 가신(家臣)사고만은 없을 것으로 상상해본다.
일이 이렇게 돼 가는데 YS정권은 아직까지도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이른바 반면교사(反面敎師)노릇만 지긋지긋하게 하고 있다.
외환위기 조짐은 우리가 작년 3월에 제일 먼저 봤지만 내 탓은 아니다에서부터 10월에 두차례나경고했다는등 저열한 변명에 국가기관들이 경쟁하듯 나서고 있으며 청와대라는 곳은 또 "당시에그 정도 보고를 안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함께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고 있다.더구나 청와대는 '외채증가 요인'이란 자료까지 만들어 가뜩이나 먹어도 제대로 내려가지도 않는국민들의 가슴에 체증을 더욱 보태고 있다.
살림 재간없는 며느리가 손만 커서 뒤주속의 쌀을 예산도 없이 마구 퍼 내 남 준탓은 조금치도하지 않는 모습을 끝까지 보고 있는 것이다.필자가 북경(北京)에서 특파원으로 재직하던 94년의어느 날, 보건복지부 장관이 방중(訪中), 한국정부가 중국에 직업훈련소를 지어주기로 했다고 밝힌 적이 있었다.
"예산이 4백만달러니까 우리에겐 큰 돈이 아니지만 중국에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으로 실직자가 많이 늘어나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그의 말이 지금 생각해도 뼈속을 파고 든다.그 당시만 해도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이미 우리 수준을 한참 앞지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는 알았는지 몰랐는지. 섣달에 들어 온 머슴이 안주인 속곳 걱정한다더니 우리는 그 돈을 받는 중국사람들에게까지 속으로는 비웃음의 대상이 됐을 만큼 엉뚱하게 처신하고 이제 와선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무슨 새마을노래 부르듯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민담 한토막이다.
어떤 사람이 손님을 집 가득 초청했는데 약속한 시간이 돼 주인이 나와 보니 많은 사람이 아직오지 않았다. 주인은 곧 "시간이 됐는데 왜 와야 할 손님들이 오지 않나?"하고 말하자 먼저 와 있던 손님들은 속으로 "와야 할 사람들이 안 왔다면 우리는 안 와도 됐을 사람들이 아닌가"하고 생각이 미치자 불쾌한 나머지 상당수가 돌아가 버렸다.
주인이 이 모습을 보고 황급히 "아니 왜 안 가야 될 손님들이 되레 가버리는가"하고 말하자 그나마 남아 있던 사람들은 "안가야 될 사람이 갔다면 아직 안 가고 있는 우리는 가야 된다는 얘기가 아닌가"라고 생각, 싹 가버렸다.
최후에 주인과 가장 친근한 친구 한 사람이 남아 주인에게 충고를 했다.
"자네가 말을 좀 가려서 할 필요가 있네"
주인이 이 말을 듣고는 "난 정말 억울하네. 결코 그들을 가라고 한 적이 없네"친구는 이 말을 듣는 순간 노기가 하늘을 뻗치며 "그들에게 가라고 한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나보고 가라는 뜻이 아닌가?"라며 그마저 소매를 떨치고 돌아가 버렸다.
김영삼정권에 초대받은 우리 국민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이제 대통령이하 모든 공직자들이 이 정권 마지막 급료인 2월달 월급을 경제 살리기에 쾌척해 보는 상상을 한다. 상징적인 의미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정치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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