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혹은 바삐 출근길을 가면서 한번 주위를 둘러보자. 우리눈에 보이는모든 대상들이 제각기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게 여겨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언어를 가지기 시작하면서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들에게 명찰을 붙여온 결과이다.봄이 되면 그 이름들에 대한 의미가 각별해진다. 봄은 지난 겨울동안 숨겨져있던 사물들이 갑자기 눈앞에 드러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아직 채 물이 오르지 않은 나무가지 끝마다 붙어서 자기 이름을 불러주기를 바라고 있지 않은가. 경황없는 삶속이라 한들 한번쯤은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어도 괜찮을 법하다. "진달래 꽃아, 버드나무 새순아. 참 오랫만이구나"그리고 이름만 불러주면 왠지 섭섭할 터. 어쩌다 옆구리에 책을 끼고 교외라도 나갈 때, 그 사물들에 깊이 간직되어 있는 오랜 얼(정신)도 함께 불러주면 저들은 아주 흥분에 겨워 당신을 반길것이다. 매화꽃이 눈에 띄면, 단원(김홍도)의 그림 '선상관매-배를 타고 매화를 보다'를 떠올리며은근한 눈길로 매화를 바라볼 것이요. 길섶에 연홍빛 꽃을 피운 앵도나무가 서 있다면 공자가 '어찌 너를 생각치 아니하리오만 나는 가야할 집이 멀구나'(논어 자한편)하던 말을 한번 웅얼거려보시라. 그 꾀죄죄한 야생나무가 어떤 관상용 화초보다 사랑스럽게 느껴지리라. 혹은 어느 힘겨운날, 봄바람이 산들거리는 밤의 강기슭에 나가 있다가 당나라 시인 두보의 '여야서회(旅夜書懷)-나그네 어두운 밤 회포를 쓴다'한 귀절을 쓸쓸히 읊조리게 되면 삶의 곤고함을 다소나마 위로받을수 있으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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