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분단 극복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7천만 겨레와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으며 현대그룹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이 16일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정회장이 탄 승용차를 선두로 소 5백마리를 실은 트럭 50대가 임진각을 출발, 판문점을 관통(貫通)해 일렬로 달리며 분단의 허리를 잇는 장면은 한반도가 탈냉전시대에 남아있는 마지막 냉전지대라는 사실을 한 순간이나마 잊게 했다.
정회장은 이날 오전 8시쯤 임진각에 도착, 전날밤 충남 서산목장을 출발해 이날새벽에 미리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소떼'와 합류해 오전 8시20분 임진각을 출발, 경기도 문산과 판문점을 잇는 통일대교를 지나 판문점으로 향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도착한 후 정회장 일행과 소떼를 실은 트럭은 두갈래로 나뉘어져 정회장 일행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 머무르는 동안, 소 트럭들은 오전 9시부터 차례대로 군사분계선을 넘기 시작했다.
소를 실은 트럭 행렬의 맨 후미(後尾)가 군사분계선을 넘은 후 정회장은 오전 9시55분쯤 평화의 집으로부터 이동, 군사분계선상에 가로질러 놓여있는 판문점 중립국감독위 사무실을걸어서 통과해 오전 10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한편 15일 오전 11시쯤 서산목장을 떠난 소 5백마리는 경부고속도로, 자유로 등을 거쳐예정보다 30분 정도 늦은 16일 오전 6시30분쯤 임진각에 도착했다.
어스름히 동이 튼 새벽녘에 전조등을 환히 밝힌 채 2㎞ 가량을 열을 지어 자유로를 지나는소 트럭은 그 규모만으로도 장관을 이뤄 연두에 마중나온 시민들의 감탄을 자아냈다.경기 파주시 산남공원 앞 자유로변에 나온 실향민 신갑선(辛甲善·67)씨는 "고향인 황해도백천을 떠나온 뒤 반세기를 고향만 그리며 지냈다"며 "저 소들과 함께 고향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소를 실은 트럭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판문점 북측경비병 휴게실 동편광장에는 오전 8시45분쯤 북측 경비병 20여명이 등장해 트럭 인도·인수를 위해 대기했다.
소를 실은 트럭행렬 50대중 1호트럭이 군사분계선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6분.소 8마리를 실은 1호트럭이 도착하자 북측 인수요원들은 군사분계선상에서 차를잠시 세우고소의 숫자와 상태등을 점검하고 바로 통과시켰다.
○…오전9시30분쯤 소떼 인도 및 인수를 맡은 적십자 관계자들은 중감위 회의실 동편 공터의 군사분계선상에서 박병대 남측단장과 임순일 북측단장 명의로 된 인도인수증을 교환했다.
박남측단장이 "소를 빨리 키워 새끼를 많이 낳아 식구가 늘어나기를 바란다"고기원하자 임북측단장은 "잘 키우겠다"고 응답했다.
트럭기사들은 북한측 기사들에게 차량을 넘겨준 후 중감위 회의실과 군사정전위회의실 사이통로를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돌아왔다.
○…정씨 일행은 판문점 중감위 회의실 남측 출입구를 들어선 후 오전10시 정각에 회의실을정확히 반으로 가르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땅에 발을 내디뎠다.
정씨는 군사분계선을 넘기 직전 방북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향 땅을밟게 돼서 반갑다"면서 감회어린 표정으로 짤막하게 소감을 밝혔다.
중절모와 베이지색 코트 차림을 한 정씨는 혼자서 발걸음을 옮기기에 다소 힘겨워하는듯 했고, 동생 세영씨의 부축을 받아 폭 10cm의 파란색 줄선으로 표시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이에앞서 정주영 명예회장은 16일 오전 6시10분쯤 서울 청운동 자택을 출발, 잠시 후 서울 계동 현대그룹 본사에 도착했으며 평소와마찬가지로 단골이발소에 잠깐 들러 간단한 이발을 마쳤다.
정 명예회장을 비롯해 정순영(鄭順永)성우그룹 회장, 정상영(鄭相永)금강그룹 회장 등 방북단일행은 승용차 5~6대에 나눠 탄뒤 행사장으로 향했다.
정씨 일행은 오전9시 정각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 도착, 김형기(金炯基)통일부 남북회담사무국장의 안내를 받아 귀빈실로 들어갔다.
정씨는 15분간 휴식을 취한 뒤 내외신기자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방북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정씨는 '출발 인사말'에서 "어린 시절 무작정 서울을 찾아 달려온 이길, 판문점을 통해 고향을 찾아가게 돼 무척 기쁘다"고 감격어린 심정을 표현했다.
그는 "강원도 통천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청운의 꿈을 안고 세번째 가출할 때 아버님의 소판돈 70원을 가지고 집을 나섰다"면서 "이제 그 한마리의 소가 천마리의 소가 돼그 빚을 갚으러 고향산천을 찾아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金正日)면담계획, 금강산 관광 가능성 등 예민한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계획이없다. 가봐야겠다", "북측과 협의해 봐야겠다"며 피해갔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을 방문하는 16일은 이른 새벽부터 임진각 주변이 현대건설의 행사준비 요원들과 방북 광경을 보도하려는 취재진,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정명예회장의 판문점 통과 방북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주요 외신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세계 주요 통신, 방송, 신문들이 판문점내 취재를 요청했으며 그 결과 CNN방송, AP통신,AFP통신, 신화, TV 도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산케이신문 등이 외신취재단으로 최종 선정돼 이들 언론기관이 전세계에 정 명예회장의 방북 관련 기사들을 타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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