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중국 닫힌 중국-미신과 길흉신앙

물질이 모든 정신과 사상의 근원이라고 믿는 유물론적 사고의 중국인들은 매사에 철저하게과학적이고 현실적이다. 종교니 사후세계니 하는 것은 뜬구름잡는 허황된 것, 사람을 미혹하는 것쯤으로 생각하고 눈에 보이는 현실, 물질적인 것을 중요시한다. 공산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는 가정의 제사도 철폐해 버렸다.

그런 중국사회에 요즘들어 갈수록 미신열풍이 드세진다. 왜일까. 거리곳곳엔 맹인점쟁이들이점을 치고 있고 지방에 따라선 점술가거리가 형성된 데도 있으며, 떼를 지어 전국을 다니며점을 치는 세칭 점술유격대도 있다. 운수나 점·역술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날개돋친듯 팔려나간다.

밍빠오(明報)의 한 관련기사에 의하면 지난 94년 스촨(四川)성의 한 산골마을에서는 한살바기 남자아이가 하늘에서 내려온 신동으로 어떤 큰 병이든지간에 그 어린아이의 손을 만지기만 하면 낫는다는 소문이 퍼져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환자들은 노숙까지 하며신동의 손을 잡으려 애썼고 심지어 아이의 대소변조차 서로 가져가려고 다투었다. 부모는떼돈을 벌었지만 정작 아이는 사람들에 시달려 병이 났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까지 했다.한 무지한 미신숭배자가 이 어린애가 예수의 환생이라는 허무맹랑한 말을 퍼뜨린데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공산화이전의 중국은 각종 미신이 난무했으나 문화혁명때 미신적 풍속이 뿌리째 뽑혔다. 그러다 개혁·개방이후 중국인의 피속에 흐르던 샤머니즘이 부활, 돈벌이에 눈먼 일부 사람들에 의해 천태만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중국인의 일상에서 나타나는 이른바 길흉신앙과 금기사항 역시 그들만의 독특한 사고방식을보여준다. 특히 음식에 관해 이것저것 따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설날상엔 반드시 생선이 올라와야 한다. 과거 가난했던 시절엔 나무생선을 사용하는 한이 있어도 이를 빠뜨려서는 안될 일이었다. '해마다 풍족하라(年年有余) '는 뜻의 새해 인사말에 나오는 '위(余)'가생선의 '위(魚)'와 같은 발음인데서 비롯된 풍습이다. 중국인들은 생선요리를 절대 뒤집어서 먹지 않는다. 생선 뒤집는 것과 고깃배 뒤집히는 것을 연관시키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됐다.

빈 그릇에 젓가락을 걸치면 거지의 행위로 인식되고, 식탁위에 밥그릇을 엎어두는 것은 환자의 약그릇 엎어두는 것과 같아서 금기사항이며, 다른 사람의 그릇위에 엎어두면 상대방을저주하는 것으로 여긴다.

임신한 여성은 특히 금기사항이 많다. 토끼고기를 먹으면 아기입이 토끼입처럼 찢어지고 껍질콩 등 구부러진 채소는 아이의 허리를 구부러지게 하며, 후추는 아이를 대머리가 되게 하고, 오리고기를 먹고 낳은 아기는 머리와 엉덩이를 흔들거린다는 것이다. 출산이후 제일 먼저 산실에 들어가는 사람은 아이가 그사람의 성격을 닮으므로 성격 좋은 사람을 미리 골라두었다가 산실에 들어가게 한다.

숫자에 대한 길흉의식도 유별나다. 9는 '오랜'이라는 뜻의 '지우(久)'와 발음이 같고 황제들의 지존의 지위를 표시하는 숫자가 9라는 점에서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숫자이다. 8 역시 돈을 벌다라는 뜻의 '파차이(發財)'와 발음이 같아서 인기높다. 전화번호, 자동차번호 등에서 9나 8은 엄청난 웃돈이 얹혀져 팔린다. 4는 기피숫자, 하지만 아파트나 사무실의 층수나 호수에서 4자를 일부러 빼는 경우는 없다.

선물을 할때 시계나 우산 등은 금기사항. 시계의 '쭝(鐘)'과 끝. 죽음이라는 뜻의 '쭝(終)'이같은 발음이고, 우산의 '산(傘)'과 헤어짐의'산(散)'도 발음이 같아서이다. 아무튼 중국인들은 조금이라도 좋지않은 뜻과 연결될 수 있는 것은 무조건 금기시하는 것이 체질화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