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재민돕기 온정 더 뜨거워졌다

"고추장, 된장 좀 가져왔어요. 정성껏 담갔으니 맛은 있을 거예요"

"집에서 덮던 이불인데 우선 급한대로 쓰시지요"

"돕고는 싶은데… 그냥 몸으로 때울 일은 없나요?"

11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동3가 대한적십자사 7층 재난구호 상황실.

IMF한파로 인해 답지된 성금이나 구호물자의 규모는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으나 이곳 직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할 맛 난다"며 활기가 넘쳤다.

경제난으로 실직 가정이 늘고 기업들도 도산 위기를 맞는 등 모두가 어려운 때이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작은 물건이나마 주저없이 내놓는 일반 서민들의 온정은무더운 날씨 만큼이나 뜨거웠다.

이날 적십자사 직원들은 뇌성마비 지체부자유자인 김종우씨(30.서울 중구 남산동)의 방문을받고는 콧잔등이 시큰해져 한동안 입을 떼지 못했다.

직원들은 그가 도움을 요청하러 온 사람이거니 짐작했으나 김씨는 한 직원에게 성큼 다가와떠듬거리는 말로 "수재민들을 돕고 싶다"고 말하고는 가방에서 현금 5만원과 자신이 입던옷 몇벌을 꺼내놓았다.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주민 이옥영씨(42.여)의 구호활동도 미담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그는 자신의 집도 물에 잠기는등 수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네 주민 10여명과 함께 지난 6일부터 밤새 고추조림, 김치 등 밑반찬을 만들어 수재민들에게 실어나르고 있다.서울 용산구 청파동 동덕교회 신도들은 고추장, 된장을 직접 담가 적십자사에 전달했고 서울 양천구 목동 김정자씨(38.여)는 집에서 쓰던 이불을 깨끗히 세탁해 가져왔다.또 (주)장원교역(대구시 동구 신천4동)은 직원들 연수복 1백여벌을 쾌척했으며 사회 봉사단체인 '참사랑'은 각 가정에서 갹출한 야채 등 식재료를 모아 봉고차에 실어왔다.거액의 의연금을 내놓거나 일부러 구호품을 사서 보내왔던 예전의 수재의연금.의연품 모금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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