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훈계성·감정적 시정 답변

지난14일부터 이틀동안 시정질문을 끝낸 대구시의원들은 요즘 자괴감에 빠져 있는 것처럼보인다. 의욕을 갖고 출발한 의정활동에 첫 발을 디디면서 집행부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해보기 위해 내던진 시정질문중 내용과는 별개로 용어선택의 문제에 대해 문희갑(文熹甲)대구시장으로 부터 '훈계'를 들었기 때문.

앞으로 문시장을 상대로 질문을 할 경우 질문내용과 관련된 분야의 전문가나 국어학자들로부터 '적절한 용어'를 찾기 위해 자문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시정질문 첫날 최종백의원이 "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포기…"라고 질문하자 문시장은 "포기는 우리가 할 수 있을 때 하지 않는 것"이라며 '포기'의 뜻에 대해 설명했다.

또 문시장은 15일 장화식의원이 서대구화물역 건설사업과 관련, 대구시의 관리소홀 문제를따지며 '직무유기' 또는 '청구와의 유착관계'등을 얘기하자 "적절치 못한 용어를 썼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처럼 문시장이 의원들의 질문내용과는 상관없이 사용한 용어의 선택에 대한 잘잘못을 문제삼자 하종호의원 등은 "시정질문은 흠집내기가 아니라 시정발전을 위한 충정에서 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

시의원들은 "정치인으로서 정치적인 용어로 강도높은 공격을 할 수도 있지 않느냐"며 "설사부적절한 용어가 사용됐더라도 의문스런 문제점을 보다 진실에 가깝게 드러내 보이도록 하기 위한 취지였다면 수용가능한 것 아니냐"며 불만이다.

민감한 문제들에 대한 집중적인 공세에도 "대구시는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답변을 마무리한 문시장에게 속상했던 의원들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문시장의 '훈계'까지 듣게되자 '지방의원은 무엇인가'라며 근원적인 회의감에 빠진 듯 하다.

"시민의 뜻에 따라서 열심히 봉사할 뿐"이라며 시민봉사를 강조했던 문시장의 이러한 대(對)의회자세는 과연 '시민뜻에 따라 한 행동일까'라며 시의원들은 의아심을 감추지 못하는것이다. 답변하는 사람이 의원들의 질문취지에 반드시 동의하란 법이 없다. 문제는 시장으로서 질문의 핵심을 소화, 성실히 답변하면 될 것을 어휘선택의 잘잘못을 따진다거나 감정이묻어나는 어휘로 대응한다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또 시민들은 이 광경을 보고 무엇을 생각할까.

〈鄭仁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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