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을 가르치면서 많은 걸 배웁니다. 남들은 비행 청소년이라지만 저보다 훨씬 순수하고맑은 영혼을 가진 걸 깨달을 때마다 스스로 부끄러워지죠"
하루종일 학생들과 씨름하다 퇴근하자마자 또다른 학교인 '늘푸른 교실' 로 출근하는대건중 손종운 교사. 올해로 4년째 생활이다.
"지난 95년 맡았던 반에 월성지구서 사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머리가 좋아서 전교5등이내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 했지만 집안 형편때문에 남들이 다 가는 학원을 못다녀힘들어하는 걸 보고 시작한 것이 '늘푸른 교실'입니다"
지금은 등록학생만 20여명. 다른 자원봉사자 선생님들과 함께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월성동 학산종합사회복지관 인근지역의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중3 과정의 영어, 수학을가르친다.
하지만 손씨는 늘 뭔가를 놓친 듯한 기분이다. 그의 진짜 목적은 '야학운영'이 아니기때문이다.
"학생들의 진정한 상담자가 되는 게 꿈입니다. 듣기만 하는 것이 상담은 아니라고생각하고 몇 년간 가출 청소년, 문제아들을 돌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더군요. 가출 청소년을붙잡고도 제가 아무런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해 한계를 느꼈습니다. 결국 한 개인이 할 수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애들을 짖누르는 빈곤, 학대하는 아버지, 무관심한 부모.정과 사회의 변화없이 불량 청소년지도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떤 여학생의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때리는 것은 물론 아이를 발가벗겨 아파트 베란다에매달아 놓습니다. 그런 집에 누가 들어가고 싶겠습니다. 어른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그들은 평생 그렇게 방황하면서 살겁니다"
상담을 거의 포기했다지만 손교사의 스크랩북에는 아직도 상담 학생들의 신상명세가빼곡히 적혀 있다.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은 꿈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활력을 잃지 않는 늘푸른교실이지만 운영면에서 부딪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않다.
"학생들의 방황을 막기위해 밤늦게까지 공부를 시키고 싶지만 자유롭게 이용할 장소 하나구하는 것도 너무 힘듭니다. 지원결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아서인지 우리나라 복지정책은너무 노인과 장애인 문제에 기울어진 것 같습니다 "
오후 7시30분. 늘푸른교실이 시작될 시간이다. 선생님 없는 교실에서 일찌감치 온학생들이 장난을 치는지 벌써부터 건너 교실이 떠들썩하다.
'이제 수업에 들어가봐야겠다'며 교실로 향하는 손교사. 몇 년간을 해멨지만 아직도해결책을 찾지 못한 청소년문제의 무게에 눌린 듯 그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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