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日 작가 나쓰메 소세키 장편 '한눈 팔기' 첫 소개

사건다운 사건 하나 없이 장편소설을 재미있게 엮어낼 수 있을까. '문학과 의식'이 펴낸 일본작가 나쓰메 소세키(1867~1916)의 장편 '한눈팔기(道草)'는 극적 요소없이 2백75쪽 분량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이어간다. 어찌 보면 밋밋해 읽는 재미가 없을 것같지만처음부터 끝까지 독자의 눈길을 붙잡아두는 절묘한 흡인력을 갖고 있다.

'한눈팔기'는 소세키의 작품 중 유일하게 자신의 어두운 과거와 현재 상황을 그대로 묘사한 자전소설이다. 그리고 죽기 한해 전에 쓴 그의 마지막 장편이기도 하다.

소세키 자신을 그대로 빼다박은 주인공 겐조는 어린 시절 시마다라는 인물의 양자로 들어갔다가양부의 복잡한 여자관계로 친가에 돌아온다. 결혼 후 외국을 유학갔다가 귀국한 그는 오자마자양부와 양모의 추근덕거림에 시달린다.

다 늙어버린 양부는 양자 복적과 함께 금품을 요구하고, 이혼한 양모 역시 걸핏하면 나타나 돈을달라고 보챈다. 강의와 소설쓰기로 어려운 생활을 꾸려가는 겐조는 성향이 다른 아내와도 사이가좋지 않고, 그 와중에 형과 누이, 장인과도 돈 문제로 껄끄러운 관계다.

작가는 얼키고 설킨 가족간의 갈등 속에 몸부림치는 무력한 지식인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이며 삶이란 또한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

그의 소설이 읽는 재미를 안기는 비결은 치밀한 상황 설정과 섬세한 심리묘사라고 할 수 있다.평범한 일상생활을 제재로 하되 그 그늘에서 괴로워 하는 고독한 인간의 모습을 통절하게 그려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한편 '한눈팔기'는 소세키의 사진자료를 20여장이나 실어 그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소세키의 사진자료가 실린 작품이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소세키는1천엔권 지폐에 인물화가 새겨져 있을 만큼 영향력이 있는 작가로, 아쿠다가와 류노스케와 기구치 간 등을 문하생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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