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북구 대현2동에 자리잡은 '감나무골 나섬(나눔과 섬김)의 집' 공부방.
자그마한 방안에 밝은 웃음을 가진 어른과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자, 2곱하기 4는 뭐지?"
'공부방'이라지만 재미없는 공부와 회초리가 있는 교실이 아니다. 어린이들을 지도하는 이들의 호칭도 '선생님'이 아닌 '이모, 삼촌', 그래서 '이삼회'다. 이모, 삼촌들과 숙제를 마친후 노래도 부르고 그림도 그리다 보면 후딱 해가 진다.
"요즘 초등학생 숙제는 아이들 혼자서 하기 힘든 것이 많잖아요. 맞벌이 消卵≠ 자녀들이 숙제를 못하고 학원도 다니지 못해 나쁜 길로 빠지는 걸 막기위해 1년전부터 공부방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경북대와 대구교대생들로 이뤄진 이모, 삼촌들은 모두 15명.
"매일 공부방을 찾는다는게 힘들지만 부모님 사랑을 못받던 애들이 우리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밝게 변하는 모습을 보는 기쁨에 어려움을 잊죠"
한 어린이가 금방 뽑은 엿이 굳기 전에 전하려고 숨을 할딱거리며 공부방으로 뛰어왔을 때 따뜻한 엿을 받아쥐고 우혜진씨가 느꼈던 감동. 이삼회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수 있는 가슴뿌듯한 사건이다. 처음에는 성격이 난폭해 음식을 두고 싸우기도 하지만 세상에 때묻지 않은 어린이들이라 성격이 하루가 다르게 명랑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쁜 일보다 슬픈 일이 더 많다고 오세영회장은 말한다.
"부모님의 별거로 아동복지시설에서 3년을 지내다 가정에 돌아온 아이가 있었어요. 적응이 안돼학교에서 말썽을 피우고 공부방에서 용변까지 봐 많이 당황했었죠. 어쩔 수 없이 시설로 되돌아가는 것을 보니 어찌나 안타깝던지"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탓에 부모나 학교에 대한 개념이 전혀 형성되지 않아 생긴 비극이었다.
회원들은 요즘 새로운 공부방의 전세금을 마련하느라 바쁘다. 지금 공간은 어린이들이 마음놓고뛰어놀기에 턱없이 좁기 때문이다. 대현2,3동 근처에 낡았어도 자그마한 마당이 있는 주택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
"저희들의 꿈요? 공부방을 빨리 없애는거죠"
더 이상 궁핍한 가정, 결손가정이 사라져 공부방이 필요없는 때.
이삼회 회원들은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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