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5대재벌 개혁 합리성 필요

5대재벌이 구조조정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한 김대중대통령의 발언은 재벌의 자율개혁 부진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경고로 해석된다.

지난해 12월 7일 정·재계간담회에서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한 합의를 도출해낸 후 지금까지의 성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도 짐작된다.

그동안 5대재벌의 개혁은 반도체 빅딜이 합의된 일정을 지키지 못할 만큼 늦어지고 있고 워크아웃 대상기업의 구조조정도 목표의 9%선에 머물고 있다.

또 재벌들의 부채도 되레 늘어나고 경제력 집중현상도 갈수록 심화되는 등 재벌개혁은 지지부진의 정도를 넘어 오히려 거꾸로 가는 느낌마저 주고있다.

외환위기가 진정되고 경기가 다소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면서 경영권에 집착한 재벌들이 구조조정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데도 원인이 있다.

이같은 재벌 구조조정의 부진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있고 경제회생을 위해 대통령이 이들 재벌에 대해 직접 나서 경고와 독려를 하는 모습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국제신용평가기관에서는 일관되게 한국의 구조조정 지연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고 구조조정의 해결 없이는 외국인 투자는 공염불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재벌 구조조정에 기업과 정책당국·금융기관이 특단의 노력이 필요할 때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재벌 구조조정은 당초 자율 구조조정이란 형식을 빌려 정·재계합의를 끌어냈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입김이 상당한 작용을 했고 그 과정에서 불합리하고 무리한 합의가 포함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문제가 빅딜이 늦어지고 부채비율 낮추기가 부진한 원인의 하나가 되고있다는 여론도 지나칠 수 없다.

재벌구조조정이 아무리 경제회복의 지상명제라해도 방법이 잘못되면 결과가 크게 어긋날 수도 있기때문에 김대통령의 재벌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은 합리성과 자율의 원칙을 무시하는 입장에서 진행돼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5대재벌에 대한 워크아웃 추진 발언은 기업과 금융기관의 손실분담을 전제로 하는 만큼 무리한 구조조정의 추진이 자칫 국민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아울러 염두에 두어야할 것이다.

또한 이는 5대그룹의 구조조정비용은 재벌 스스로가 부담한다는 합의에 배치되는 것이기도 하다. 재벌 구조조정이 아무리 시급한 과제라해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이나 국민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는 너무 무리하게 밀어붙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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