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 시각으로 본 대장경과 우리 말

우리 말·우리 문화재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쓴 향토 학자들의 단행본들이 나란히 출간돼 유익한 읽을 거리 제공은 물론 '우리 것 바로 알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경북대 박상진교수의 '다시 보는 팔만대장경판 이야기'(운송신문 펴냄)와 대구효성가톨릭대 김동소교수의 '쌈빡한 우리말 이야기'(정림사 펴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인류의 소중한 문화재인 '팔만대장경'은 10여년동안 대장경판 재질연구에 매달려온 나무박사 박교수의 화두다. 지금까지 대장경 연구가 주로 문헌사적인 해석에 치중된데 반해 박교수의 연구테마는 경판나무의 재질에서 밝혀진 자연과학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에서 대장경판의 의문점을 풀어가고 있어 흥미롭다. 대장경판은 누가, 언제, 어떤 이유로 새겼고 경판제작에 쓰인 나무종류와 동원된 사람들은 몇 명일까? 팔만대장경 750년의 비밀, 그 해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경판의 평균무게는 3.4㎏. 따라서 전체 8만1천258장의 무게는 약 280톤으로 10톤 대형트럭 28대 분량이다. 그러면 이 많은 경판을 제작하는데 얼마만한 인력이 동원됐을까. 박교수는 나무 벌채, 운반에 동원된 연 인원만도 8만~12만명에 이른다고 말한다. 또 대장경판은 어떤 나무로 만들어졌을까. 지금까지 자작나무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통설이었으나 표본조사결과 산벚나무가 64%로 가장 많음을 밝혀 냈다. 산벚나무는 크지도 작지도 않고, 너무 단단하지도 무르지도 않은 세포들이 고루 분포해 있어 최상의 재질이라는 것. 현미경도 없던 시절 선조들은 어떻게 산벚나무라는 최상의 재질을 가진 나무를 경판제작에 사용했는지 궁금하다고 박교수는 말한다.

대장경판의 신비를 한꺼풀씩 벗겨내고 있는 저자는 어떻게 대장경판을 보존해왔는지 우리 선조들의 과학적인 보존법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또 경판을 새긴 장소에 대한 여러가지 의문점, 대장경을 얻기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나라를 들먹이는 등 갖가지 술수를 쓴 일본의 끈질긴 노력도 소개하고 있다. 대장경 관련 많은 논문을 발표해온 그는 요즘도 인터넷에 팔만대장경판 관련 자료를 꾸준히 올려 전공자나 일반인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김동소교수의 우리말 이야기는 좋은 우리말, 잘못 쓰이고 있는 우리말에 대한 연구서다. '오오, 그 시멋없이(생각없이 멀거니) 섰던 여자여' 처럼 문학작품 속의 고운 우리말을 비롯 '멱미레(소의 턱밑에 달린 고기)' '뾰주리감(모양이 길고 끝이 뾰족한 감)' '그닐그닐(근지러운 느낌이 근질근질보다 약간 약한 정도)' 등 살려 쓸 좋은 우리말과 고쳐 써야 할 우리말, 쓰지 말아야 할 외래어, 헷갈리기 쉬운 말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또 정확한 친족 호칭과 우리말 맞춤법, 우리말의 역사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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