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작정 급식확대 '독' 불렀다

올들어 초.중.고 학교급식이 전면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인력 및 시설, 위생점검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데다 최저입찰제 실시로 납품되는 부식의 질마저 떨어져 집단식중독 사태가 잇따르는 등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대구에서는 지난 3월부터 시내 72개 고교 가운데 54개교가 직영이나 위탁운영 등의 형태로 학교 급식에 들어갔으며 하반기에는 전면 실시한다. 초등학교의 경우 178개 가운데 177개가 학교급식을 하고 있으며 현재 7개인 중학교 급식도 점차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경북도 200개 고교 가운데 157개교가 급식에 들어갔으며 2학기 중 전면실시한다.

그러나 학교마다 급식에 필요한 식당, 조리기구 등은 물론 인력마저 크게 부족해 충실한 급식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대구시 교육청에 따르면 고교의 경우 학교마다 영양사와 조리사를 포함해 평균 6~8명이 종사하고 있으며 1천500명을 넘는 대규모 학교도 종사자가 10여명에 불과, 위생점검은커녕 조리와 급식에도 손이 달리고 있다.

급식업계 관계자들은 1천명을 기준으로 점심과 저녁을 제공할 경우 적어도 15명이상은 돼야 무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17일 62명의 학생이 점심을 먹은 뒤 구토와 오한 등 식중독 증세를 보인 대구 덕원고의 경우 약 1천500명에게 하루 두끼를 제공하는데 인력은 11명에 불과하다.

식당시설도 태부족해 48개 급식고교 가운데 절반은 교실에서 학생들이 직접 배식을 하고 있으며 나머지 학교도 2, 3교대로 돌아가면서 식당을 이용, 배식과정에서의 사고발생 우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 학교가 급식을 위한 물탱크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은 채 화장실과 연결해 쓰고 있어 이질 등 수인성 전염병의 발생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된다. 최근 상주 모고교에서 발생한 세균성 이질도 중앙역학조사반 조사결과 화장실에 있던 세균이 물탱크를 타고 식당으로 옮겨진 것으로 결론났다.

또 대구시 교육청이 부식납품을 지난달부터 매달 최저가에 입찰하는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부실 납품업자가 속출, 한달 납품 후 부도를 낸 뒤 다시 회사를 세워 입찰에 참가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어 부식의 신선도와 청결도 등을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시설, 인력 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적올리기식으로 급식을 추진하다 보니 대부분의 학교가 식중독, 전염병 등에 무방비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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