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숲속을 걸어가면/재재거리는 새들의 소리 들리는 곳이 있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운동장/엉켜버린 아이들 소리가/공중으로 메아리 치다가/떼지은 새소리로 나뭇가지에 걸린다. //외마디 비명처럼/아이들을 깜짝 일어서게 하는/호루라기 소리/선생님은 길고 짧은 호흡으로/아이들과 이야기 한다. (중략) 내일은 모두 꽃이 되고 싶은 아이들/참새 새끼들 마냥/몰려다니는 그들의 눈속으로/슬픈 강물이 흐르고,/소리없이 바람이 지나는 것을/훤히 보고 계시는 선생님//큰 고목처럼 서서/호루라기로 우리 아이들을 키우시고,'
며칠 전 제가 쓴 '호루라기'라는 시 한 편을 세 분의 선생님께 보냈습니다.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인 애들 편으로, 그리고 28년 전에 저를 가르쳐 주시던, 아직 현직에 계신 우리 선생님께도 보냈습니다.
얼마 전에 찾아뵈었을 때, 선생님께서는 명퇴를 신청해 놓았노라 하셨습니다. 30년 교직 생활이 허무하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돌아오던 날 무척 마음이 아팠습니다.
며칠 전 아들 아이가 잊어버리고 간 실과시간용 고추모종을 갖다주러 처음 학교에 갔던 날, 그 새 가게 일로 한번도 찾아뵙지 못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지난번 스승의 날이 지나고 며칠 뒤에도 전하지 못한 양말 두 켤레를 아이의 가방에서 발견할 때만 해도 우리 아이가 잊고 그 선물을 드리지 못한 줄 알았었는데, 선생님을 만나고서야 왜 그 양말마저 선생님께 꺼내놓지 못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작은 선물마저도 뇌물이 되어버린 지금, 선생님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왠지 우리가 자라던 옛날이 그리워졌습니다.
지금은 여러가지로 어려움이 많아 보여도 아직 우리 사회에는 선생님을 누구보다 존경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선생님의 힘은 무한하다는 것을 믿는 사람들이 있는 한 선생님의 사랑 또한 가득하리라 믿습니다.
박금선〈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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