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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정상문(대구구치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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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합니다. 비록 법을 어겼다지만 그 피해자는 바로 나입니다. 금지한 약물류를 막지 못한 국가가 도로 나를 구속하다니요"

흔히 히로뽕으로 알려진 '항우울제 암페타민'을 허가없이 취급하다가 적발돼 벌을 받게 된 이들이 늘상 하는 말이다. 하긴 이를 범죄시 말고 환자로 치료보호해야 한다는 말도 있고 그런 나라도 많다. 하지만 이들을 환자취급하면 자기가 환자냐며 항변하기도 한다. 히로뽕 복용자는 대체로 건강을 위해, 일하기 위해 손을 댔다고 합리화한다. 가족에게도 숨겨 적발률이 매우 낮은데도 요즘 부쩍 증가하는 추세다. 남녀 성별이나 특정 직업에 국한되지 않고 취급 연령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등의 선례에 비쳐볼때 학생층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말한다. 잠이나 피로감, 두통을 쫓기 위해 각성제를 복용하는 학생들이 차츰 양을 늘리다가 끝내 히로뽕에도 손을 댄다고 한다. 일부 치료약이 이미 학생사이에 오남용되고 있고, 약의 내성과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암페타민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해 엔돌핀보다 한층 높은 쾌감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중독될 경우 도파민 샘이 망가져버리는 내분비계의 혼란을 가져와 늘 우울하고 초조하게 만든다. 약물상담 전문가교육을 받은 필자는 교도소에서 향정신성 의약사범을 자주 접하게 된다. 순간의 쾌감을 위해 약물에 의존해온 사람들.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잃어버린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엾게 느껴진다. 교정교육을 받고 출소한 어느 부부가 가끔씩 안부전화를 걸어온다. 이 부부가 평범한 일상에서 가정이라는 작은 행복을 누리게 되는 첫째 요인은 쾌락의 약물이 아니라 건전한 정신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대구구치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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