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차문제
'노라'의 여성상에 대한 찬반 견해를 밝혀라
다음은 노르웨이의 극작가 입센의 '인형의 집' 가운데 일부이다. '노라'가 보여준 여성상을 보고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학생들도 전자와 후자 중 어느 한 견해를 택하여 논술하라.
노라=네, 그래요. 제가 아빠 곁에 있었을 무렵, 아빠는 자신의 생각을 어느 것이라도 나에게 자세히 이야기해 주셨어요. 그리고 저도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생각이 다른 일이 있을 경우엔 전 그것을 숨기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그렇게 말하면 아빠께서 마음에 들지 않아 하셨을 테니까요. 아빠는 저를 인형아기라고 불렀지요. 마치 제가 인형하고 놀기를 좋아하기나 한 것처럼 말이에요. 그러다가 당신에게로 왔죠―
헤르멜=우리들의 결혼을 무슨 그런 말로!
노라=(아랑곳하지 않고) 아빠의 손에서 당신의 손으로 건너갔다는 의미예요. 당신은 모든 것을 당신의 취미에 따라 해 왔어요. 그래서 나도 당신과 취미가 같이되고 말았어요. 하지만 그런 체했을 뿐인지도 몰라요. 그 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아마도 그 양쪽이었는지도 모르죠. 어떤 때는 그렇게, 어떤 때는 저렇게 말이에요.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면 나는 이 점에서 거지처럼 살아왔는지도 몰라요.―나는 당신에게 여러 가지 재주를 부려 보이면서 살아 왔죠. 하지만 그것은 당신의 소망이기도 했죠. 당신도, 아빠도 제게 대해서 굉장한 죄를 범한 거예요. 제가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은 당신들의 죄예요.
헤르멜=어쩌면 그다지도 어리석어. 은혜를 몰라도 분수가 있지! 당신은 이 집에서 행복하지 않았다고?
노라=네―다만 재미있었을 뿐이에요. 당신은 언제나 내게 대해서 무척 친절하셨어요. 하지만 우리들의 방은 다만 놀이하는 방에 지나지 않았어요. 거기에서 나는 당신의 장난감 인형아내였던 거예요. 마치 친정에서 아빠의 인형아기였듯이. 그리고 아이들은 이번에는 제 인형이었어요. 아이들의 상대가 되어 놀아주면 아이들이 기뻐하듯 당신이 저의 상대가 되어 놀아주면 저는 그것이 무척 기뻤답니다. 그것이 우리들의 결혼이었어요.
헤르멜=당신의 말에도 약간의 진리는 있소―대단히 과장하여 말하기는 했지만 말요. 그러나 이제부터는 바뀔 거요. 장난을 하던 시절은 이미 끝났소. 이제부터는 교육의 시대요.
노라:누구의 교육이죠? 제 교육인가요, 아이들의 교육인가요?
헤르멜=당신의 것이기도 하고 아이들의 것이기도 하오.
노라=어머, 토오발, 당신은 저를 당신의 훌륭한 아내로 교육할 수 있을 만한 남편이 아니에요.
헤르멜=무슨 말을 하는 거요?
노라=그리고 나도―나도 아이들을 교육할 만한 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헤르멜=노라!
노라=당신이 조금 전에 말씀하셨잖아요―? 너한테 그런 책임을 지지 않게 하겠다고요.
헤르멜=흥분했기 때문이오! 어째서 그런 말을 이러쿵저러쿵한단 말이오?
노라=하지만 당신의 하신 말씀은 정말이었어요. 내게는 그런 힘은 없었어요. 그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제게는 따로 있어요. 나 자신을 교육하는데 노력해야만 하겠어요. 그런 경우 당신의 힘을 빌려 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저 혼자서 해야 할 일이에요. 그러니까 이것으로 헤어지겠어요.
---7차문제 우수작
-장태웅(계성고 3학년)
개인은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물론 사회는 그 속에 있는 개인들의 이념들을 반영한다. 이 말은 그 개인들의 이념이나 가치관들이 그 사회의 이념과 같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사회의 이념은 그 속의 개인들의 이념을 대표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사회는 그 사회와 이념이 맞지 않다고 개인을 억압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여러 사회는 그 사회와 이념이 다르다고 개인을 억압하고 있다. 이러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사회는 개인을 보호할 의무는 가지고 있지만 이념이 다르다고 억압할 수는 없다.
사회가 개인을 억압하는 사례를 과거 우리 나라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 나라는 국민의 의사를 가장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수용하는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공산주의를 예찬하는 사람들은 억압을 받아왔다. 분단의 상황에서 국가의 그런 행위는 이해될 수는 있지만 단지 우리 나라와 적대적인 이념을 가지고 있다고 억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모든 이념에는 장단점이 있다. 그러므로 한 개인이 어떤 이념을 가진다는 것은 그 이념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가가 개인을 억압할 수는 없다. 개인의 지적 탐구욕과 서로 다른 사고 방식도 그 나름대로 존중되어야 한다.
사회가 개인의 이념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 사회의 이념이 형성되는 것은 개인의 이념들의 상호 교류를 통해서이다. 여러 가지 이념들이 서로 반응하고 교감하여 더 나은 이념이 창출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이념들이 서로 마찰하고 대립할수록 그 사회의 이념은 더욱 (1)발전하는 것이다. 한 가지 이념만을 고집하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실패하고 만다. 이러한 예는 공산주의 국가의 붕괴 과정에서 잘 증명되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오직 하나의 이념만을 고집하고 개인들에게 다른 이념들을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2)공산주의 이념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이를 수정·보완할 힘을 가지지 못했다. 결국 이들의 국가들도(3)민주주의적 이념을 도입하게 되었다. 즉 그들이 선택한 민주주의가 가장 합리적인 것이었다.
사회가 없이 개인이 존재할 수 없고 개인이 없이 사회가 존재할 수 없다. 개인과 사회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이룬다. 그러므로 사회는 단지 이념이 다르다고 해서 개인을 억압해서는 아니된다. 사회는 항상 개인들의 의견이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 한 사회가 총체적인 발전을 하는 동력은 여기에 있다. 개체들의 다양한 견해가 모여 사회의 이념이 되고 그 사회의 이념이 새로운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 개인들의 새로운 의견들이 그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개인의 이념이 존중되는 사회야말로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7차문제 총평
이번 논술 문제는 사회적 이념과 개인이 갈등을 일으킬 때 사회가 개인을 억압하는 것이 정당한가를 묻는 문제이다. 이 문제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쓸 수 있다. 하나는 정당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절충론을 쓴 학생들이 있는데 이는 좋지 못하다. 이런 선택형의 문제는 어느 한 쪽을 선택하여 그 논거의 정당성을 논증하면 된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논거의 객관성과 정당성이 중요하다. 이번 문제의 경우, 정당성을 논증하다가 보면 전체주의적 사고에 빠지기 쉽고 부당성을 논증하다가 보면 지나친 개인주의가 되어 사회 전체의 존재 의의를 잃어 버릴 가능성이 많다. 이런 경우 결론에서 경계해야 할 것들을 써 주면 좋다.이번 논술에서는 계성 고등학교 3학년 장태웅 학생의 글을 최우수작으로 뽑았다. 학생의 글은 전체적으로 문제의 파악 능력이 좋고 구성력이나 문장력 모두 좋은 편이다. 그러나 (1)의 경우 사회적 이념은 '발전'이라는 개념을 잘 쓰지 않는다. 이보다는 '변화' 정도의 표현이 더 낫다. (2)와 (3)의 경우 학생은 개념 사용이 잘못되었다. '공산주의'에 대립되는 경제 체제의 개념은 '자본주의'가 맞다. 현대의 자본주의 국가나 공산주의 국가들은 거의 모두 '민주주의' 국가이다. 이는 주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상의 잘못으로 본론의 두 번째 단락의 논리 전개는 전체적으로 다소 무리가 되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