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국경도 없는 미소

10여년 전부터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연수생'이라는 신분으로 우리나라 기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내가 경영하는 공장에도 인도네시아인 20여명과 중국인 3명이 근무하고 있다.

3개월전에는 인도네시아의 여자 연수생 한 사람이 왔다. 영어를 잘 하고 우리말도 조금 할 줄 아는 인도네시아 연수생의 통역으로 면접을 했다. 필요한 사항들을 두루 점검하고, 앞으로 2년동안 건강하게 일을 잘 해주기 바란다며 반기고 격려해 주었다.

그런데 그녀는 이상할 정도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웃음을 지으며 따뜻하고 친절하게 이야기를 해 주어도 여전히 표정은 굳어 있었다. 먼저 온 같은 나라 연수생이 깔깔대며 반색을 하는데도 얼굴에는 경계심과 불안감이 역력했다.

이튿날 생산 현장 점검을 나갔다. 일을 배우고 있던 그녀는 그 전날보다도 오히려 더욱 표정없이 굳어 있었고, 나를 보자 얼굴을 돌려버리기까지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 밝은 표정으로 미소를 지어보이며 다정하게 인사를 해도 마찬가지였다.나의 '친절과 미소'작전은 그 이후에도 계속됐다. 그녀가 일하고 있을때나 식당에서 만났을때, 그 어느 장소에서 마주쳤을때도 어김없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작전이 2개월 가까이 지속된 어느날 그녀의 표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표정이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웃음을 머금어 보이기도 했다. 그녀와 나 사이의 벽이 어떤 벽이었는지 분명히 알 수는 없지만 허물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이제 그녀는 같은 나라 사람들뿐 아니라 누구를 대할때도 상냥하고 다정하게 미소를 짓는다. 자기가 맡은 일도 편안하고 즐겁게 해낸다. 나와 마주치면 먼저 환하게 미소지으며 인사를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많은 벽이 가로놓여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사람사이의 어떠한 벽도 밝고 맑은 미소 앞에는 무색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말은 국경만 달라도 통하지 않지만 미소는 국경도 없다. 밝고 따뜻한 미소는 모든 벽도 허무는 '부드러운 힘'의 상징이다.

성악가·(주)대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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